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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 가는 세계…‘에너지 전쟁’의 시대는 어떻게 다가왔나
2026. 03. 27. 오후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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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직격탄…카타르 LNG 시설 공습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테라가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촬영한 호르무즈 해협. NASA 제공·AFP연합뉴스
세계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도래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중 시작된 중동 전쟁이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장의 무인기와 미사일은 집과 학교를 넘어 에너지 시설을 정조준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전쟁으로 중동 지역 9개국에서 최소 40개 이상의 에너지 자산이 심각한 수준으로 손상됐다”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매우 중대한 위협에 놓였다”고 말했다. 세계를 떨게 만든 ‘에너지 전쟁’, 그 서막과 본막을 알린 두 신호탄이 있다.
시작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였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흘째이던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세계 에너지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평균 너비는 약 50㎞, 가장 좁은 곳은 33㎞에 불과하지만,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기름을 싣고 인도양으로 향하던 유조선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다. 전쟁 시작 이전 약 67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8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전쟁 시작 약 1주 만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유가 상승”이라고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분석해 전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조엘 행콕 애널리스트는 미 시사 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점은 “이처럼 막대한 에너지 흐름을 처리할 수 있는 다른 출구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은 아시아에 직격탄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원유 약 80%가 아시아 지역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연료 수급이 불안해지며 태국에서는 품절을 내건 주유소가 늘어났고, 베트남에서는 항공유값을 감당하지 못해 비행편이 줄줄이 취소됐다. 연료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의 공공기관은 주 4일제를 실시했고, 파키스탄은 전국 학교 일시 휴교령을 내렸다.
한국과 일본 등은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자 석유 및 휘발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다. 필리핀은 코로나19 이후 약 6년 만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이클 아이젠스타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군사·안보 연구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쥔) 이란은 ‘우리가 석유를 수출할 수 없다면 누구도 수출할 수 없게 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란의 석유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타임’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고 말했지만,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3월 10일 “아시아·세계 에너지 안보가 우려 목록 상위에 올랐다”며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 심리,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등에 명확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전쟁은 지난 3월 18일 카타르 북부 해안에 있는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격화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 공습이었다.
라스라판 단지는 석유화학, LNG, 담수화 등 종합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시설로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LNG에서 추출되는 헬륨은 비료 생산이나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의 LNG 생산라인 14곳 중 2곳과 가스액화연료 시설 2곳 가운데 1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공격으로 연간 약 1280만t의 LNG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은 같은 날 카타르뿐 아니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 최소 10곳을 공격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촬영된 카타르 라스라판 발전 시설. 세계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곳에서 공급된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기반 에너지조사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얀에리크 판리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은 가스전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걸프 지역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가 이제는 취약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하나의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양측의 위협 수위는 더욱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이란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이란은 “우리의 전기를 끊어보라. 우리도 끊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전기에 작별을 고하라’라는 문구와 함께 걸프국 소재 10개 발전소를 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공격 예고 시한을 약 12시간 앞둔 지난 3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 협상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공격을 일시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쟁은 또 하나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동 전쟁이 남긴 건 오늘의 위기만이 아니다. 전쟁의 여파는 장기간 세계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원유 애널리스트 마르틴 라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내일 재개통되더라도 전쟁 기간 멈춘 생산으로 인해 원유가 시장에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 큰 공백이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코모디티 콘텍스트의 설립자 로리 존스턴은 에너지전문매체 ‘히트맵’ 인터뷰에서 이러한 원유 공백 규모가 수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LNG 공급도 경고등이 켜졌다.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3월 24일 한국 등에 LNG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와 같이 통제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하면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도록 하는 제도다. 카타르에너지는 앞서 이번 전쟁으로 자국 LNG 수출 능력의 약 17%가 피해를 봤다며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 LNG 수입량의 약 15%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약 5000만t의 전체 수입량 가운데 호주가 약 31%로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가 약 16%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카타르와 연간 900만~1000만t 규모의 LNG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장기 계약한 물량은 연간 610만t이다.
세계는 다가오는 계절 앞에서 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매킨지는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봄철 ‘비수기’를 지나 냉방 수요가 커지는 여름 ‘성수기’가 오면 에너지 공급 부족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수급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남반구 저개발 국가들의 연료 확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테라가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촬영한 호르무즈 해협. NASA 제공·AFP연합뉴스
세계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도래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중 시작된 중동 전쟁이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장의 무인기와 미사일은 집과 학교를 넘어 에너지 시설을 정조준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전쟁으로 중동 지역 9개국에서 최소 40개 이상의 에너지 자산이 심각한 수준으로 손상됐다”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매우 중대한 위협에 놓였다”고 말했다. 세계를 떨게 만든 ‘에너지 전쟁’, 그 서막과 본막을 알린 두 신호탄이 있다.
시작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였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흘째이던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세계 에너지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평균 너비는 약 50㎞, 가장 좁은 곳은 33㎞에 불과하지만,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기름을 싣고 인도양으로 향하던 유조선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다. 전쟁 시작 이전 약 67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8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전쟁 시작 약 1주 만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유가 상승”이라고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분석해 전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조엘 행콕 애널리스트는 미 시사 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점은 “이처럼 막대한 에너지 흐름을 처리할 수 있는 다른 출구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은 아시아에 직격탄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원유 약 80%가 아시아 지역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연료 수급이 불안해지며 태국에서는 품절을 내건 주유소가 늘어났고, 베트남에서는 항공유값을 감당하지 못해 비행편이 줄줄이 취소됐다. 연료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의 공공기관은 주 4일제를 실시했고, 파키스탄은 전국 학교 일시 휴교령을 내렸다.
한국과 일본 등은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자 석유 및 휘발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다. 필리핀은 코로나19 이후 약 6년 만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이클 아이젠스타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군사·안보 연구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쥔) 이란은 ‘우리가 석유를 수출할 수 없다면 누구도 수출할 수 없게 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란의 석유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타임’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라고 말했지만,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3월 10일 “아시아·세계 에너지 안보가 우려 목록 상위에 올랐다”며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 심리,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등에 명확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전쟁은 지난 3월 18일 카타르 북부 해안에 있는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격화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 공습이었다.
라스라판 단지는 석유화학, LNG, 담수화 등 종합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시설로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LNG에서 추출되는 헬륨은 비료 생산이나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의 LNG 생산라인 14곳 중 2곳과 가스액화연료 시설 2곳 가운데 1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공격으로 연간 약 1280만t의 LNG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은 같은 날 카타르뿐 아니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 최소 10곳을 공격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촬영된 카타르 라스라판 발전 시설. 세계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곳에서 공급된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기반 에너지조사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얀에리크 판리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은 가스전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걸프 지역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가 이제는 취약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하나의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양측의 위협 수위는 더욱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이란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이란은 “우리의 전기를 끊어보라. 우리도 끊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전기에 작별을 고하라’라는 문구와 함께 걸프국 소재 10개 발전소를 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공격 예고 시한을 약 12시간 앞둔 지난 3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 협상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공격을 일시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쟁은 또 하나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동 전쟁이 남긴 건 오늘의 위기만이 아니다. 전쟁의 여파는 장기간 세계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원유 애널리스트 마르틴 라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내일 재개통되더라도 전쟁 기간 멈춘 생산으로 인해 원유가 시장에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 큰 공백이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코모디티 콘텍스트의 설립자 로리 존스턴은 에너지전문매체 ‘히트맵’ 인터뷰에서 이러한 원유 공백 규모가 수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LNG 공급도 경고등이 켜졌다.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3월 24일 한국 등에 LNG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와 같이 통제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하면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도록 하는 제도다. 카타르에너지는 앞서 이번 전쟁으로 자국 LNG 수출 능력의 약 17%가 피해를 봤다며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 LNG 수입량의 약 15%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약 5000만t의 전체 수입량 가운데 호주가 약 31%로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가 약 16%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카타르와 연간 900만~1000만t 규모의 LNG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장기 계약한 물량은 연간 610만t이다.
세계는 다가오는 계절 앞에서 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매킨지는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봄철 ‘비수기’를 지나 냉방 수요가 커지는 여름 ‘성수기’가 오면 에너지 공급 부족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수급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남반구 저개발 국가들의 연료 확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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