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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던진 질문, ‘한글’도 글로벌할 수 있을까?

2026. 04. 02. 오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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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시장성과 고유성 사이 고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26~27일 양일간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토크쇼에 출연했다. ⓒTodd Owyoung/NBC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새 앨범 'ARIRANG'(아리랑)을 준비하던 중 영어 가사를 두고 김현정(Nicole Kim) 빅히트 뮤직 VP와 의견 차이를 빚었다.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야 할 앨범에 영어 가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RM은 "어센틱(진실)해야 하는 앨범인데 영어가 너무 많으면..."이라고 말했고, 멤버 슈가는 "전반적으로 영어 가사가 너무 많다. 한국어 가사를 늘리자"라고 제안했다. 다른 멤버들 역시 어려운 영어 발음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김현정 VP는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앨범이 글로벌하려면 영어로 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었다. 정체성과 글로벌성 사이,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ARIRANG'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방탄소년단의 시작점인 한국을 내세운 앨범이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만의 소유가 아닌 글로벌 그룹이 태초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내세워 팀의 뿌리와 현재의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단순한 기획 의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곡에 '아리랑' 선율을 활용했으며,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 종소리를 인터루드 트랙에 사용했다. 앨범 로고는 '아리랑'의 초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태극기 건곤감리의 철학을 담았다. 컴백 무대는 경복궁 앞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된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빅히트 뮤직

하지만 정작 이곳에 한글이 들어설 자리는 좁았다. 영어 가사가 8할을 차지한 각 곡은 철저히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방탄소년단의 본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정 부분 타협해야 하는 것이 '어른됨'이라면, 그만큼 연륜이 쌓인 방탄소년단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찝찝한 의문은 남는다. 글로벌 가수는 반드시 영어를 택해야만 할까?

방탄소년단은 이미 2020년 한국어 가사로 된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으로 빌보드 메인 송 차트 '핫 100'을 차지한 바 있다. 'Dynamite'(다이너마이트), 'Savage Love'(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 등 영어 가사 위주의 곡으로 빌보드 정상에 오른 뒤, 한국어 가사로 다시 한번 세계를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메시지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이를 통해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통하는 보편적인 감성이 있음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방탄소년단(BTS) 컴백을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 문을 연 '아리랑' 팝업스토어를 찾은 팬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이 K팝의 새 길을 열자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이해하고 싶은 대상', '더 알고 싶은 대상'이 됐다. 한국어 역시 마찬가지다.

다문화융합연구소가 지난달 16일 '문화교류와 다문화교육 학회보'를 통해 발표한 '팬덤 대상 온라인 한국어 교육 과정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미국, 필리핀, 인도, 캐나다 등 69개국 출신의 방탄소년단 팬 38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3.4%가 '한국어를 학습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어 애플뮤직 인공지능(AI) 번역 기능을 쓰는 이용자들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ARIRANG' 수록곡 14곡 전곡이 애플뮤직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가사 상위 14위를 독점했고, 가사 번역 기능도 이용률이 높았다. 애플뮤직은 한국어 가사의 뜻을 번역한 영어 가사와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제공하는 가사를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르고 있는 외국인 수험생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연합뉴스

K팝 장르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역대 넷플릭스 최고 인기를 달성하며 한국어 교육 열풍에 불을 지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한국 대중문화에 사로잡혀 개인적인 연고도 없는 이들까지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듀오링고에서는 한국어를 학습하는 미국인이 지난 1년 동안 약 2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지원자는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돌파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부터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홍콩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2020년 '기생충'이 한국에 첫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겨주기에 앞서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날, 봉준호 감독은 '1cm의 장벽'을 이야기했다. 관객이 자막이라는 아주 작은 장벽을 넘으면 훨씬 더 넓은 예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눈앞의 장벽이 여전히 실재할까? 어쩌면 장벽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멤버 RM이 작사 전반을 담당한 타이틀곡 'SWIM'(스윔)은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 밀려오는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넘어서는 의지를 '삶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냈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에게 반드시 필요한 노랫말이다. 실제로 곡은 약 4년 만의 완전체 컴백과 맞물려 좋은 반응을 얻고 방탄소년단에게 또 하나의 빌보드 타이틀을 안겨줬다.

다만 영어 가사는 이 사랑의 대상을 'Girl'(걸) 같은 성별 지정 단어나 'Baby'(베이비)와 같은 연인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 그친다. 표현의 한계에 대상은 한정되고 의미는 좁아진다. 명반으로 꼽히는 '화양연화', 'LOVE YOURSELF'(러브 유어셀프) 등에 담긴 방탄소년단만의 서정적 언어를 익히 알고 있는 기존 팬과 소비자에게는 작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세상에서 출항해 한계 없는 바다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시 방탄소년단의 뿌리로 헤엄쳐가는 이야기를 고유한 언어로 담아내는 날이 돌아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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