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교민 쇼핑 필수 코스
쇼피(Shopee) 오늘만 이 가격, 타임세일 즉시 확인!
할인받기 〉
local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급 27만 원”…코리안 드림 파고든 계절근로자...
2026. 04. 30. 오후 02:10
31
[일요신문] 계절근로자 A 씨는 필리핀 모 지역 시청이 개최한 ‘한국 계절근로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브로커 B 씨를 처음 만났다. B 씨는 “코리안 드림을 이뤄주겠다”며 한국행을 권했다.
출국을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B 씨는 서류 대행비 등을 이유로 대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면 한국에 갈 수 없다고 압박했다. 한국 입국 뒤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와 다른 사업장에 배치됐고, 하루 12시간에 가까운 노동이 이어졌다. 월 200만 원으로 약속됐던 급여는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대부분 공제돼 실제 수령액은 27만 원에 불과했다. A 씨가 항의하자 B 씨는 “말 안 들으면 필리핀으로 돌려보낸다”고 협박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임금 착취, 강제 노동에 대한 관련 기관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브로커들의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현행법상 브로커 개입이 금지돼 있지만 지자체의 관리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운영 및 전반적인 관리가 사실상 브로커에 맡겨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노동 전문성을 갖춘 중앙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한국 농어번기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용하는 제도다.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법무부가 비자 관리를 맡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인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칙적으로는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과정에서 민간 브로커 개입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관련 업무를 사실상 외부에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 브로커가 개입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갈취와 인권침해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남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26명에 대해 총 3170만 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행정 처리와 서류 준비는 물론 임금 전달과 외국인 노동자·사업주·군청 간 소통까지 맡으며 사실상 현장 운영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 양구군에서도 계절근로자로 일하다 임금을 체불당한 이주노동자 91명 가운데 70여 명이 최근 재입국해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외에도
경북 상주, 충남 부여 등 전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한 이주노동자단체 관계자는 “대부분 지자체 공무원들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며 계절근로자 업무를 맡고 있고, 한 명이 수백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관리하는 구조”라며 “행정 인력이 더 열악한 군 단위 지역은 브로커가 계절근로자 비자 신청 과정에 개입해도 제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현장 관리와 소통이 브로커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송출국 현지의 채용 설명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자체 공고 등을 통해 모집 단계부터 노동자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의 공식 관계자나 현지 코디네이터(관리자)를 자처해 신뢰를 확보한 뒤 지원자를 모집하고, 대행 비용을 이유로 임금 공제를 전제로 한 대출계약서 등을 작성하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 전남 굴 양식장 사건의 브로커도 필리핀 지자체에서 임명받아 ‘계절근로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법인을 내세워 서류 준비와 선발 절차를 주도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요신문i' 취재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 계절근로자 C 씨는 현지 지자체 페이스북 공고를 보고 지원한 뒤 D 회사의 연락을 받았다. D 회사는 지원자들을 모아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설명회를 열어 참여를 유도한 뒤 필리핀 고용센터(PESO)에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해당 센터에는 D 회사 측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여권 제출을 요구받고 대출계약서 등에 서명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강원 화천군 한 농가에서 오이 재배를 배우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개입 행위에도 브로커들 처벌은 쉽지 않다. 브로커가 송출국 지자체의 위임을 받아 활동했고 계약 역시 피해자의 동의를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계절근로자 E 씨는 여권 제출과 임금 공제 등 피해로 브로커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브로커가 송출국 지방정부로부터 계절근로 프로그램 보조 역할을 위임 받았다는 점, 여권 제출이 강압이 아닌 자발적 행위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윤성민 감사와동행 변호사는 “브로커들이 단순 통역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면 처벌이 쉽지 않고, 계약 과정에서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는 점 때문에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며 “브로커들의 계절근로자 대상 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지만 개별 경찰서 단위 수사로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4월에는 법무부가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계절근로 전문기관의 지정기준 및 지정절차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계절근로 전문기관을 별도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민 변호사는 “고시 내용에 따르면 지방 전문기관의 경우 농어업고용인력지원센터 중에서 선정하도록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며 “농협이 주도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도에서도 일부 브로커가 임금을 가로챈 사례가 확인된 만큼 기존 불법 브로커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운영을 노동 전문성을 갖춘 중앙정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은 “계절근로 프로그램이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브로커 개입이 발생한다”며 “법무부 정책이 비자 발급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가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인력 선발과 송출 등 전 과정을 총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출국을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B 씨는 서류 대행비 등을 이유로 대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면 한국에 갈 수 없다고 압박했다. 한국 입국 뒤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와 다른 사업장에 배치됐고, 하루 12시간에 가까운 노동이 이어졌다. 월 200만 원으로 약속됐던 급여는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대부분 공제돼 실제 수령액은 27만 원에 불과했다. A 씨가 항의하자 B 씨는 “말 안 들으면 필리핀으로 돌려보낸다”고 협박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임금 착취, 강제 노동에 대한 관련 기관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브로커들의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현행법상 브로커 개입이 금지돼 있지만 지자체의 관리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운영 및 전반적인 관리가 사실상 브로커에 맡겨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노동 전문성을 갖춘 중앙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한국 농어번기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용하는 제도다.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법무부가 비자 관리를 맡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인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칙적으로는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과정에서 민간 브로커 개입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관련 업무를 사실상 외부에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 브로커가 개입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갈취와 인권침해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남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26명에 대해 총 3170만 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행정 처리와 서류 준비는 물론 임금 전달과 외국인 노동자·사업주·군청 간 소통까지 맡으며 사실상 현장 운영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 양구군에서도 계절근로자로 일하다 임금을 체불당한 이주노동자 91명 가운데 70여 명이 최근 재입국해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외에도
경북 상주, 충남 부여 등 전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한 이주노동자단체 관계자는 “대부분 지자체 공무원들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며 계절근로자 업무를 맡고 있고, 한 명이 수백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관리하는 구조”라며 “행정 인력이 더 열악한 군 단위 지역은 브로커가 계절근로자 비자 신청 과정에 개입해도 제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현장 관리와 소통이 브로커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송출국 현지의 채용 설명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자체 공고 등을 통해 모집 단계부터 노동자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의 공식 관계자나 현지 코디네이터(관리자)를 자처해 신뢰를 확보한 뒤 지원자를 모집하고, 대행 비용을 이유로 임금 공제를 전제로 한 대출계약서 등을 작성하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 전남 굴 양식장 사건의 브로커도 필리핀 지자체에서 임명받아 ‘계절근로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법인을 내세워 서류 준비와 선발 절차를 주도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요신문i' 취재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 계절근로자 C 씨는 현지 지자체 페이스북 공고를 보고 지원한 뒤 D 회사의 연락을 받았다. D 회사는 지원자들을 모아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설명회를 열어 참여를 유도한 뒤 필리핀 고용센터(PESO)에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해당 센터에는 D 회사 측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여권 제출을 요구받고 대출계약서 등에 서명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강원 화천군 한 농가에서 오이 재배를 배우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개입 행위에도 브로커들 처벌은 쉽지 않다. 브로커가 송출국 지자체의 위임을 받아 활동했고 계약 역시 피해자의 동의를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계절근로자 E 씨는 여권 제출과 임금 공제 등 피해로 브로커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브로커가 송출국 지방정부로부터 계절근로 프로그램 보조 역할을 위임 받았다는 점, 여권 제출이 강압이 아닌 자발적 행위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윤성민 감사와동행 변호사는 “브로커들이 단순 통역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면 처벌이 쉽지 않고, 계약 과정에서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는 점 때문에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며 “브로커들의 계절근로자 대상 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지만 개별 경찰서 단위 수사로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4월에는 법무부가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계절근로 전문기관의 지정기준 및 지정절차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계절근로 전문기관을 별도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민 변호사는 “고시 내용에 따르면 지방 전문기관의 경우 농어업고용인력지원센터 중에서 선정하도록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며 “농협이 주도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도에서도 일부 브로커가 임금을 가로챈 사례가 확인된 만큼 기존 불법 브로커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운영을 노동 전문성을 갖춘 중앙정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은 “계절근로 프로그램이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브로커 개입이 발생한다”며 “법무부 정책이 비자 발급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가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인력 선발과 송출 등 전 과정을 총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