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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트럼프·시진핑, 현상유지하며 ‘시간벌기’ 합의한 셈
2026. 05. 16. 오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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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회담으로 본 양국 관계 현주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을 마친 뒤 전용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채,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매체를 통해 접한 양국 정상의 모습에서는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의 자신감이 두드러져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라고 추켜세웠지만, 시진핑 주석은 그 말에 찬사로 호응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미국 측의 입지를 투영하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속히 마무리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하려고 회의 날짜까지 연기했지만, 종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에게는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유럽·베네수엘라·쿠바 문제 등도 걸려있어 부담이 크다. 대내적으로도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플레 압력, 가솔린 가격 인상, 지지도 하락 등의 부담을 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몇몇 발언이 눈길을 끈다. 그는 먼저 미·중 양국 관계가 안정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미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신흥대국 아테네의 국력 상승이 기존 대국 스파르타를 두렵게 만들어 전쟁이 일어났다는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 주장의 현대판 해석이다. 상승 대국 중국과 기존 대국 미국 간의 대결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 말 속에는 새로운 미·중 관계의 정립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2012년 집권 초부터 시진핑 주석은 ‘대등한 미·중 관계’ 수립을 강하게 원했다. ‘대등한 미·중 관계’라는 동전의 다른 면은 ‘중국 세력권의 인정’이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에 제안한 신형대국관계론이 그 예였다. 양국이 상호 간에 핵심 이익을 인정해 주며 평화 공존하자는 요지였다.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에서 중국과 대결하려 하지 말고, 대만·남중국해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세력권을 인정해 달라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은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시 거론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최근 대미 관계에서 얻은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4월 미국이 중국상품에 부과한 145%에 이르는 관세 압박을 희토류 카드로 맞서서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의 압박에 당하기만 했던 중국이 이제는 자신의 카드로 미국에 맞서서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미국이 이란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 출구를 못 찾고 있다는 점도 중국 측의 자신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하게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과 가까운 이란은 지구전으로 가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대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양국 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상당히 강한 톤의 경고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경제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보잉사 비행기와 대두와 소고기와 같은 농산물을 대량 수입해 주기를 원했다. 그것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측의 최대 관심사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라는 명시적인 발언을 끌어내거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만 지원 약화 의사를 표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 것이다. 그도 대만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인 경제적 급부를 중국으로부터 받고 대만에 관하여 어떤 형태로든 양보를 한다면 그것은 한국·일본·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맺은 안보 공약을 중국과의 흥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국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을 삭감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미국과 유럽 간의 나토 동맹체제가 약화되는 것에 이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미국의 동맹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은 서태평양 지역이 중국의 세력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보루다. 대만이 무너지면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중심으로 중국의 세력권이 형성될 것이고 미국의 동맹국들도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핵심 문제들을 풀어내는 자리가 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상호 번영을 추구하며 대결을 피하며 공존할 것인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현상 유지를 통해 평화를 구축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란 전쟁을 포함한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상호 협력해서 달성해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관세전쟁의 중단과 양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정상 간의 입장 교환 정도에 그쳤다. 즉 문제의 본질적 해결보다는 미·중 관계의 현상 유지를 통해 시간벌기에 양측이 합의한 셈이다. 그러한 시간 벌기를 통해 미·중 양국은 패권 경쟁의 지속을 전제로 자체 역량 강화에 매진할 것이다.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첨단제조업 공급망과 기술·무역·과학 분야에서 서방 측 특히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독자적인 행보를 추구하며 역량을 키우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저성장, 고부채, 인구 감소, 청년실업 등의 난제 해소에도 진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보다도 미국의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려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무거운 짐이 걸려있다. 이란 전쟁이다. 이란 전쟁에 매여 에너지를 소진하면 미래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미·중 경쟁에 드리워져 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을 마친 뒤 전용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채,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매체를 통해 접한 양국 정상의 모습에서는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의 자신감이 두드러져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라고 추켜세웠지만, 시진핑 주석은 그 말에 찬사로 호응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미국 측의 입지를 투영하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속히 마무리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하려고 회의 날짜까지 연기했지만, 종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에게는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유럽·베네수엘라·쿠바 문제 등도 걸려있어 부담이 크다. 대내적으로도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플레 압력, 가솔린 가격 인상, 지지도 하락 등의 부담을 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몇몇 발언이 눈길을 끈다. 그는 먼저 미·중 양국 관계가 안정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미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신흥대국 아테네의 국력 상승이 기존 대국 스파르타를 두렵게 만들어 전쟁이 일어났다는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 주장의 현대판 해석이다. 상승 대국 중국과 기존 대국 미국 간의 대결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 말 속에는 새로운 미·중 관계의 정립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2012년 집권 초부터 시진핑 주석은 ‘대등한 미·중 관계’ 수립을 강하게 원했다. ‘대등한 미·중 관계’라는 동전의 다른 면은 ‘중국 세력권의 인정’이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에 제안한 신형대국관계론이 그 예였다. 양국이 상호 간에 핵심 이익을 인정해 주며 평화 공존하자는 요지였다.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에서 중국과 대결하려 하지 말고, 대만·남중국해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세력권을 인정해 달라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은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시 거론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최근 대미 관계에서 얻은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4월 미국이 중국상품에 부과한 145%에 이르는 관세 압박을 희토류 카드로 맞서서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의 압박에 당하기만 했던 중국이 이제는 자신의 카드로 미국에 맞서서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미국이 이란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 출구를 못 찾고 있다는 점도 중국 측의 자신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하게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과 가까운 이란은 지구전으로 가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대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양국 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상당히 강한 톤의 경고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경제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보잉사 비행기와 대두와 소고기와 같은 농산물을 대량 수입해 주기를 원했다. 그것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측의 최대 관심사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라는 명시적인 발언을 끌어내거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만 지원 약화 의사를 표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 것이다. 그도 대만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인 경제적 급부를 중국으로부터 받고 대만에 관하여 어떤 형태로든 양보를 한다면 그것은 한국·일본·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맺은 안보 공약을 중국과의 흥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국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을 삭감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미국과 유럽 간의 나토 동맹체제가 약화되는 것에 이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미국의 동맹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은 서태평양 지역이 중국의 세력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보루다. 대만이 무너지면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중심으로 중국의 세력권이 형성될 것이고 미국의 동맹국들도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핵심 문제들을 풀어내는 자리가 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상호 번영을 추구하며 대결을 피하며 공존할 것인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현상 유지를 통해 평화를 구축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란 전쟁을 포함한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상호 협력해서 달성해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관세전쟁의 중단과 양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정상 간의 입장 교환 정도에 그쳤다. 즉 문제의 본질적 해결보다는 미·중 관계의 현상 유지를 통해 시간벌기에 양측이 합의한 셈이다. 그러한 시간 벌기를 통해 미·중 양국은 패권 경쟁의 지속을 전제로 자체 역량 강화에 매진할 것이다.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첨단제조업 공급망과 기술·무역·과학 분야에서 서방 측 특히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독자적인 행보를 추구하며 역량을 키우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저성장, 고부채, 인구 감소, 청년실업 등의 난제 해소에도 진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보다도 미국의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려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무거운 짐이 걸려있다. 이란 전쟁이다. 이란 전쟁에 매여 에너지를 소진하면 미래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란 전쟁의 그림자가 미·중 경쟁에 드리워져 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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