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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악당' 중국이 세계 에너지 위기의 구원자가 된 비결 [최준영의 글...

2026. 05. 17. 오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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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석탄 대국' 中, 석유 대신 석탄 통해 원유 수요 확 줄여

막대한 '온실가스 발생' 감수…다른 나라는 '감당' 어려워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미국이 역봉쇄로 맞서면서 세계 원유 생산량의 20%가 발이 묶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송유관을 통해 하루 700만 배럴 정도의 공급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 이전에 비해 1300만 배럴이 부족해 수급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상생활에서 휘발유, 경유 등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한다.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가 지속 공급되면서 공급 충격을 완화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비축분이 무한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3월1일부터 4월25일 사이에 세계 석유 재고는 하루 480만 배럴씩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비축분 방출로 재고량이 감소하는 일은 빈번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에 걸쳐 감소하는 일은 없었다. 재고 감소가 이어지면서 현재 비축유 수준은 2018년 이래 최저다.

2021년 9월27일 중국 난징의 한 석탄발전소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AP 연합

원유 공급에 차질이 이어지면서 곧 본격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증가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송유관, 정유 및 석유화학 설비 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JP모건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6월까지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 이후에는 문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도국 상황은 심각하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7월부터 재고가 바닥나면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론은 전망했다.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원유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쟁 초반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유가는 조만간 150달러, 심지어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최근 흐름은 예상외로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이 정도 충격은 충분히 견딜 수 있고, 이미 적응을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다. 유가가 안정되면서 주식시장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원유를 구하기 위해 돈을 지르는 상황은 막을 내린 것이다.

최근의 원유시장 안정에는 중국의 기여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평소 중국은 하루 1000만~1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그런데 전쟁 발발 이후 수입량이 급격히 감소해 최근 하루 820만 배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물량의 25%에 해당하는 약 350만 배럴이 감소한 것이다. 350만 배럴은 일본의 하루 수입량과 맞먹는 막대한 양이다. 현재 1200만 배럴 수준의 공급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350만 배럴의 수요 감소는 전체 시장의 충격을 크게 덜어주고, 이 덕분에 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비축 중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14억 배럴로 미국의 4억 배럴, 일본의 2억6000만 배럴보다 훨씬 많다.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은 하루 100만~12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도입했는데 최근 이것을 중단하면서 수입 물량이 감소한 것이다. 문제는 비축 중단으로 설명되는 수요 감소는 전체의 1/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2/3, 하루 240만 배럴이 왜 줄어들고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석유는 일반적으로 교통수단의 에너지원으로 간주되지만 실제 전체 석유 수요의 절반은 석유화학의 원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원유 공급이 감소하면서 비닐봉투, 스티로폼 등의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다.

중국은 석유 이외의 다른 자원을 활용해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에 중국의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비밀은 석탄에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석탄화학도 발달한 국가다.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정작 제품은 석탄을 통해 계속 공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석탄 '동시 활용'하는 中

저렴하고 풍부한 석탄을 이용해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는 상당히 오래됐다. 1925년 독일은 석탄을 이용해 휘발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흔히 석탄액화라고 부르는 기술은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 석유 자원이 부족한 나치 독일의 생명줄이었으며, 인종차별로 인해 석유 공급이 차단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석탄액화 기술은 거의 사장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량의 석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부 수입 에너지원에 불안감이 있는 중국은 석탄을 이용한 화학 산업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0년대 초반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한 중국은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하던 우리 석유화학업체들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후 2020년대 다시 석탄 산지인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석탄화학 투자가 증가했는데 이번 위기 상황에서 이들 석탄화학이 석유화학을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원유 수요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석탄 생산량의 60%를 넘는 연간 43억 톤의 석탄을 사용하는 석탄 대국이다. 이 가운데 약 9%에 해당하는 3억6000만 톤이 석탄화학에 사용되는데 이 양은 국가로 따지면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할 만큼의 막대한 양이다. 중국에서 석탄화학이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온실가스 발생에도 산업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전력의 절반을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연간 4억4000만 톤인데 석탄화학 분야의 배출량은 6억9000만 톤에 이른다. 다른 나라는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의 석탄에 대한 집착은 의도치 않게 세계 에너지 위기의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석탄이라는 상반된 카드를 동시 활용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은 모순적이기보다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는 효과적 믹스로 간주해야 한다. 세계 경제와 환경의 파괴자로 군림하던 중국이 이번에는 구원자 역할을 하는 역설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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