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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끝난 트럼프의 베이징 회담… 시진핑 1도 양보 안해
2026. 05. 23. 오후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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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5월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남해에서 방중 일정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배웅을 받으며 전용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photo 뉴시스·AP
지난 5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정상 외교의 외형적 화려함과 실질적 빈곤함 사이의 극단적 격차를 드러낸 '외화내빈'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인민대회당에서의 의장대 사열, 중남해에서 진행된 비공식 오찬과 차담, 천단(天壇) 방문 등 의례적 환대는 화려했으나, 실질적 합의라고는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당초 기대했던 50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미국산 도축장의 대중 수출 인증(그나마 중단되었던 등록 상태가 14일 '유효'로 바뀌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허가 만료'로 원상 복귀), 3년간 매년 17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쇠고기·가금육 등 농산물 추가 구매 정도에 그쳤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백악관 발표문과 중국 측 발표문 간의 불일치다. 트럼프가 자랑한 호르무즈해협 통항 합의, 이란 핵문제 합의, 대두 25만t 매입 등 핵심 항목들은 중국 측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중동 정세 논의' 같은 무루뭉술한 표현으로만 처리되었다.
중국은 이란을 압박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며, 중국발 사이버 공격 문제 제기에는 "중국이 (미국의) 사이버 공격에 시달린다"면서 되치기하고, 멕시코로 흘러들어가 카르텔에 의해 펜타닐로 가공되는 중국산 화학 전구체의 유출을 차단하라는 요구도 거부했다. 홍콩 민주화운동가이자 전 언론재벌인 지미 라이(Jimmy Lai·黎智英)의 석방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거부 패턴은 시진핑이 트럼프의 모든 핵심 요구를 거부하고서도 회담 자체를 '외형적 성공'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암시한다.
대만 무기판매는 트럼프에게 '협상카드'?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전용기 기내에서 가진 즉석 기자간담회와 같은 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 관련 놀라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1979년 '대만관계법', 1982년 8·17 공동성명, 1982년 '6대 보장', 2020년 '대만보증법' 등은 미국의 대만정책 핵심 프레임워크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1982년에 작성된 합의('6대 보장')가 있다는 이유로 '그것에 관해 당신(시진핑)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다, 우리는 무기판매에 관해 논의했다." 이는 1기 행정부 당시 자신이 2020년 이글버거·슐츠 케이블 기밀해제를 통해 공식 정책으로 격상시켰던 그 약속을 6년 만에 자신의 손으로 뒤집은 '자기부정' 행위다.
더 결정적인 것은 지난 1월 의회의 승인을 거쳐 대통령 서명만 기다리는 144억달러의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를 "솔직히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카드"라고 말한 대목이다. 동맹국에 판매하는 방어용 무기를 적대국과의 협상 칩으로 둔갑시킨 발언은 미국 외교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가치 전도' 현상이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회담장에서 미국의 대만 방위 의지를 직접 물었다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것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은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은 좀 진정하는 것이 매우 현명할 것"이라고 말하며, 양안 긴장의 원인을 대만 측에 돌리려는 시진핑의 프레임을 거의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지면 트럼프의 발언이 얼마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자해 행위인지 드러난다. 트럼프는 1차 임기부터 대만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고, 그 압박에 부응하여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정부는 입법원에서 250억달러 특별예산을 가결시켰다. 그런데 트럼프는 바로 그 무기를 시진핑과의 협상칩으로 써먹었다.
외교에서 '신호'의 의미는 발신자가 아닌 수신자의 해석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인도·태평양 지역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신호를 '나약함'의 신호로 해석한다면, 그 '누설효과'는 대만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일본·필리핀·호주의 동맹 신뢰도 전반을 약화시킬 것이다. WSJ 사설은 트럼프의 행보가 단지 일회적 위반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패턴의 시작일 가능성을 경고했다. 즉 시진핑이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단지 144억달러 패키지를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모든 대만 무기판매 결정에 대해 사실상의 '사전협의 체제'를 수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만 TSMC '공동화' 구상의 문제점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하며, "TSMC의 미 본토 이전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이는 기술경제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환상이다. TSMC의 3나노(N3)·2나노(N2) 첨단 공정은 약 6000개의 협력업체, 5만명의 숙련 엔지니어, 24시간 안정적 전력공급, 초고순도 화학물질·가스·초순수(ultra-pure water), ASML의 장비 유지보수가 분 단위로 조율되는 통합 클러스터의 산물이다. 그 본질은 40년에 걸쳐 누적된 '암묵적 지식'이다.
미국은 TSMC의 미 본토 이전을 위해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1공장이 당초 2024년 양산 목표에서 2025년으로 연기되고 2공장이 2028년, 3공장이 2030년대 초반으로 밀렸다. 양산 개시 후에도 수율이 대만 공장 대비 낮아 핵심 엔지니어의 단기 파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비용 격차도 문제다. 일례로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의 단위당 제조원가는 대만 공장 대비 약 50% 더 높다. 트럼프의 '도둑질' 주장도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TSMC는 1987년 모리스 창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에서의 25년 경력을 토대로 대만 정부와 필립스의 출자를 받아 창립한 기업이다. 사업 모델인 '순수 파운드리'는 모리스 창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지 미국 산업을 '도둑질'한 산물이 아니다.
더 중요한 전략적 비용은 TSMC가 대만에 잔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에 제공해온 자산의 가치다. 크레이그 애디슨의 2001년 저서에서 말하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의 가치다. 첨단 팹은 진동·먼지·온도·습도의 정밀 통제와 초고순도 화학물질의 연속 공급 없이는 수 시간 만에 운영 불가능 상태에 빠지며, 핵심 엔지니어의 협조 거부만으로도 설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해도 TSMC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게임이론적 함의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실리콘 방패'의 요체다. 하지만 트럼프가 TSMC의 미 본토 이전을 가속화하여 대만 잔존 비중을 임계점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할수록 중국의 무력 사용 비용이 하향되며, 대만해협의 억제 균형은 미국의 손에 의해 붕괴될 것이다.
베이징 회담 첫째 날인 지난 5월 14일,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뜬금없이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평화지향의 외교적 수사처럼 들리지만, 이면의 속셈은 매우 고약하다.
시진핑은 2013년 이래 공개 석상에서 일관되게 '투키디데스 함정'의 함의, 특히 전쟁의 불가피성을 부정했다. 일례로 2015년 9월 시애틀 연설에서 그는 헨리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청중 앞에서 "세계에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반복적으로 전략적 오판의 실수를 범한다면 스스로 그러한 함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못박았다. 시진핑은 2023년 10월 척 슈머 미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 2024년 11월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시진핑이 베이징 회담에서 다시 그 표현을 끄집어낸 이유는 그것이 갖는 자기합리적 프레이밍 장치로서의 외교적 효용 때문이다. 요약하면 ①중국=부상하는 아테네, 미국=쇠퇴하는 스파르타 ②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면 전쟁이 발발 ③따라서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 이처럼 유치한 3단 논법의 속셈은 트럼프의 의식에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자기합리적 프레이밍은 일회성 레토릭을 넘어, 시진핑 시대 중국공산당의 외교적 이념 전체를 관통하는 '동승서강(東升西降, 동방·중국이 부상하고 서방·미국이 쇠퇴)'의 내러티브를 반영한 것이다. '동승서강'은 시진핑이 2021년 중공중앙당교 성부급(省部級) 간부 학습반 연설에서 "시대와 형세가 우리 편에 있다(時與勢在我們一邊)"는 인식을 천명한 이후 중국 외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념적 계보는 1957년 11월 마오쩌둥이 모스크바 소련공산당 대회에서 사용한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東風壓倒西風)"의 21세기 버전이자, 마르크스·레닌식 '사회주의 최종 승리' 궤변의 외교적 재포장이다.
그런데 베이징 회담 직후 트럼프는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에 시진핑이 만찬 연설에서 미국을 "어쩌면 쇠퇴하는 나라(perhaps being a declining nation)"로 묘사했다고 옮기면서, "그건 잠자던 바이든 시대를 가리킨 것이지, 지금의 트럼프 시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잠재적 적대국 주석의 모욕적인 '대(對)미국 쇠퇴 발언의 해명'에 나선 장면은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이 51개 공식 동맹국과 약 750개 해외 군사기지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단 1개의 조약 동맹국(북한)과 단 1개의 해외 군사기지(지부티)를 보유했을 뿐이다. 인민해방군은 5000명 규모의 여단을 국경에서 2400㎞ 떨어진 곳에 유지할 능력도 없다. 함정 숫자는 세계 최대지만, 중국 해군은 서태평양과 인도양 너머로 거의 항행하지 않는다. 나아가 '동승하강'의 잠꼬대 주장에도 불구, 어떤 국가도 중국에 군사적 보호를 구하지 않는다. 소프트파워는 미약하고, 정치 체제는 위협적이고, 경제적 기량은 모방 불가능하며, 외교적 영향력도 그저 그런 수준이다. 요약하면,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목청을 높이는 '동승서강', 즉 '서방·미국의 쇠퇴 → 동방·중국의 부상'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는다. 그나마 실재하는 것이라고는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영향력을 상실하는 '비 제로섬 동시 쇠퇴' 정도일 것이다.
지난 5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정상 외교의 외형적 화려함과 실질적 빈곤함 사이의 극단적 격차를 드러낸 '외화내빈'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인민대회당에서의 의장대 사열, 중남해에서 진행된 비공식 오찬과 차담, 천단(天壇) 방문 등 의례적 환대는 화려했으나, 실질적 합의라고는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당초 기대했던 50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미국산 도축장의 대중 수출 인증(그나마 중단되었던 등록 상태가 14일 '유효'로 바뀌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허가 만료'로 원상 복귀), 3년간 매년 17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쇠고기·가금육 등 농산물 추가 구매 정도에 그쳤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백악관 발표문과 중국 측 발표문 간의 불일치다. 트럼프가 자랑한 호르무즈해협 통항 합의, 이란 핵문제 합의, 대두 25만t 매입 등 핵심 항목들은 중국 측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중동 정세 논의' 같은 무루뭉술한 표현으로만 처리되었다.
중국은 이란을 압박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며, 중국발 사이버 공격 문제 제기에는 "중국이 (미국의) 사이버 공격에 시달린다"면서 되치기하고, 멕시코로 흘러들어가 카르텔에 의해 펜타닐로 가공되는 중국산 화학 전구체의 유출을 차단하라는 요구도 거부했다. 홍콩 민주화운동가이자 전 언론재벌인 지미 라이(Jimmy Lai·黎智英)의 석방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거부 패턴은 시진핑이 트럼프의 모든 핵심 요구를 거부하고서도 회담 자체를 '외형적 성공'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암시한다.
대만 무기판매는 트럼프에게 '협상카드'?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전용기 기내에서 가진 즉석 기자간담회와 같은 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 관련 놀라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1979년 '대만관계법', 1982년 8·17 공동성명, 1982년 '6대 보장', 2020년 '대만보증법' 등은 미국의 대만정책 핵심 프레임워크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1982년에 작성된 합의('6대 보장')가 있다는 이유로 '그것에 관해 당신(시진핑)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다, 우리는 무기판매에 관해 논의했다." 이는 1기 행정부 당시 자신이 2020년 이글버거·슐츠 케이블 기밀해제를 통해 공식 정책으로 격상시켰던 그 약속을 6년 만에 자신의 손으로 뒤집은 '자기부정' 행위다.
더 결정적인 것은 지난 1월 의회의 승인을 거쳐 대통령 서명만 기다리는 144억달러의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를 "솔직히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카드"라고 말한 대목이다. 동맹국에 판매하는 방어용 무기를 적대국과의 협상 칩으로 둔갑시킨 발언은 미국 외교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가치 전도' 현상이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회담장에서 미국의 대만 방위 의지를 직접 물었다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것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은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은 좀 진정하는 것이 매우 현명할 것"이라고 말하며, 양안 긴장의 원인을 대만 측에 돌리려는 시진핑의 프레임을 거의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지면 트럼프의 발언이 얼마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자해 행위인지 드러난다. 트럼프는 1차 임기부터 대만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고, 그 압박에 부응하여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정부는 입법원에서 250억달러 특별예산을 가결시켰다. 그런데 트럼프는 바로 그 무기를 시진핑과의 협상칩으로 써먹었다.
외교에서 '신호'의 의미는 발신자가 아닌 수신자의 해석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인도·태평양 지역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신호를 '나약함'의 신호로 해석한다면, 그 '누설효과'는 대만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일본·필리핀·호주의 동맹 신뢰도 전반을 약화시킬 것이다. WSJ 사설은 트럼프의 행보가 단지 일회적 위반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패턴의 시작일 가능성을 경고했다. 즉 시진핑이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단지 144억달러 패키지를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모든 대만 무기판매 결정에 대해 사실상의 '사전협의 체제'를 수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만 TSMC '공동화' 구상의 문제점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하며, "TSMC의 미 본토 이전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이는 기술경제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환상이다. TSMC의 3나노(N3)·2나노(N2) 첨단 공정은 약 6000개의 협력업체, 5만명의 숙련 엔지니어, 24시간 안정적 전력공급, 초고순도 화학물질·가스·초순수(ultra-pure water), ASML의 장비 유지보수가 분 단위로 조율되는 통합 클러스터의 산물이다. 그 본질은 40년에 걸쳐 누적된 '암묵적 지식'이다.
미국은 TSMC의 미 본토 이전을 위해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1공장이 당초 2024년 양산 목표에서 2025년으로 연기되고 2공장이 2028년, 3공장이 2030년대 초반으로 밀렸다. 양산 개시 후에도 수율이 대만 공장 대비 낮아 핵심 엔지니어의 단기 파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비용 격차도 문제다. 일례로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칩의 단위당 제조원가는 대만 공장 대비 약 50% 더 높다. 트럼프의 '도둑질' 주장도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TSMC는 1987년 모리스 창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에서의 25년 경력을 토대로 대만 정부와 필립스의 출자를 받아 창립한 기업이다. 사업 모델인 '순수 파운드리'는 모리스 창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지 미국 산업을 '도둑질'한 산물이 아니다.
더 중요한 전략적 비용은 TSMC가 대만에 잔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에 제공해온 자산의 가치다. 크레이그 애디슨의 2001년 저서에서 말하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의 가치다. 첨단 팹은 진동·먼지·온도·습도의 정밀 통제와 초고순도 화학물질의 연속 공급 없이는 수 시간 만에 운영 불가능 상태에 빠지며, 핵심 엔지니어의 협조 거부만으로도 설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해도 TSMC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게임이론적 함의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실리콘 방패'의 요체다. 하지만 트럼프가 TSMC의 미 본토 이전을 가속화하여 대만 잔존 비중을 임계점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할수록 중국의 무력 사용 비용이 하향되며, 대만해협의 억제 균형은 미국의 손에 의해 붕괴될 것이다.
베이징 회담 첫째 날인 지난 5월 14일,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뜬금없이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평화지향의 외교적 수사처럼 들리지만, 이면의 속셈은 매우 고약하다.
시진핑은 2013년 이래 공개 석상에서 일관되게 '투키디데스 함정'의 함의, 특히 전쟁의 불가피성을 부정했다. 일례로 2015년 9월 시애틀 연설에서 그는 헨리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청중 앞에서 "세계에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반복적으로 전략적 오판의 실수를 범한다면 스스로 그러한 함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못박았다. 시진핑은 2023년 10월 척 슈머 미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 2024년 11월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시진핑이 베이징 회담에서 다시 그 표현을 끄집어낸 이유는 그것이 갖는 자기합리적 프레이밍 장치로서의 외교적 효용 때문이다. 요약하면 ①중국=부상하는 아테네, 미국=쇠퇴하는 스파르타 ②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면 전쟁이 발발 ③따라서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 이처럼 유치한 3단 논법의 속셈은 트럼프의 의식에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자기합리적 프레이밍은 일회성 레토릭을 넘어, 시진핑 시대 중국공산당의 외교적 이념 전체를 관통하는 '동승서강(東升西降, 동방·중국이 부상하고 서방·미국이 쇠퇴)'의 내러티브를 반영한 것이다. '동승서강'은 시진핑이 2021년 중공중앙당교 성부급(省部級) 간부 학습반 연설에서 "시대와 형세가 우리 편에 있다(時與勢在我們一邊)"는 인식을 천명한 이후 중국 외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념적 계보는 1957년 11월 마오쩌둥이 모스크바 소련공산당 대회에서 사용한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東風壓倒西風)"의 21세기 버전이자, 마르크스·레닌식 '사회주의 최종 승리' 궤변의 외교적 재포장이다.
그런데 베이징 회담 직후 트럼프는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에 시진핑이 만찬 연설에서 미국을 "어쩌면 쇠퇴하는 나라(perhaps being a declining nation)"로 묘사했다고 옮기면서, "그건 잠자던 바이든 시대를 가리킨 것이지, 지금의 트럼프 시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잠재적 적대국 주석의 모욕적인 '대(對)미국 쇠퇴 발언의 해명'에 나선 장면은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이 51개 공식 동맹국과 약 750개 해외 군사기지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단 1개의 조약 동맹국(북한)과 단 1개의 해외 군사기지(지부티)를 보유했을 뿐이다. 인민해방군은 5000명 규모의 여단을 국경에서 2400㎞ 떨어진 곳에 유지할 능력도 없다. 함정 숫자는 세계 최대지만, 중국 해군은 서태평양과 인도양 너머로 거의 항행하지 않는다. 나아가 '동승하강'의 잠꼬대 주장에도 불구, 어떤 국가도 중국에 군사적 보호를 구하지 않는다. 소프트파워는 미약하고, 정치 체제는 위협적이고, 경제적 기량은 모방 불가능하며, 외교적 영향력도 그저 그런 수준이다. 요약하면,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목청을 높이는 '동승서강', 즉 '서방·미국의 쇠퇴 → 동방·중국의 부상'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는다. 그나마 실재하는 것이라고는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영향력을 상실하는 '비 제로섬 동시 쇠퇴'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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