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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플러스 원…HMM, 동남아 네트워크 키운다[K해운 in 싱가포르-②...
2026. 06. 05. 오후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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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환적 항만이자 글로벌 해운의 심장부다. 이곳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한국 선사들의 현지 법인장들을 만났다. 선사 규모와 전문 분야는 차이가 있지만,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느냐는 공통된 고민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4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진화하는 싱가포르 항만의 모습도 조망해본다.
국적선사 HMM이 동남아시아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비치 로드 게이트웨이 이스트(Gateway East) 32층 동남아권역 본부에서 만난 최영순 권역장(사진)은 "미중 갈등으로 시작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흐름이 동남아 물동량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권역장 사무실에서는 HMM 선박 등 수많은 배가 떠 있는 싱가포르 해협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책상 한켠에는 망원경도 뒀다.
HMM이 동남아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는 것은 이른바 '차이나 엑소더스'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편중된 생산거점을 동남아로 분산하는 흐름에 해운물류 거점도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 가령 한국이나 중국에서 케미컬·플라스틱 등 원자재를 실어 베트남·인도네시아에 내린 뒤, 여기서 생산하는 가전·가구 같은 공산품을 다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최 권역장은 "과거 아시아에서 미주·유럽으로 나가는 수출 물량의 6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관세 문제 등으로 월마트 같은 소비재 기업들이 소싱처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대거 이전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1%의 물량만 동남아로 넘어와도 체감되는 파급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공장이 동남아로 이전한 것이 아니라 중국 자본이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0년 초반 11%대 수준이던 HMM 전체 물동량 내 동남아 비중은 이미 16~17%까지 확대됐지만, 여전히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HMM 동남아 권역본부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베트남부터 방글라데시, 호주에 이르는 10개국을 관할하며 전사 물동량 16.6%를 책임지고 있다. 1992년 현대상선(현 HMM)에 입사해 34년간 해운업에 몸담은 최 권역장은 미주 지역 팀장 등을 지내며 글로벌 영업 감각을 익혔고, 올 초 10개국 500여명을 총괄하는 싱가포르 권역장으로 부임했다.
부임 100여일이 지난 최 권역장은 최우선 과제는 동남아 역내 네트워크 강화다. 그는 "과거 재무적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2만4000TEU급 초대형선 위주로 선대를 재편해 규모를 키운 사이, 역내를 오가는 소형선 확보에는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HMM은 동남아 역내 6개 항로에 중소형선 16척을 운영 중이며, 2028년까지 중소형선 22척이 순차적으로 추가 인도된다. 투입 항로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선박 규모 특성상 동남아 역내 서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중소형선 22척이 들어오면 인니·말레이·태국·베트남 중심으로 촘촘한 그물망을 짤 기반이 마련된다"고 기대했다.
호르무즈 사태 등으로 빈번해진 항만 적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지적학적 위기를 넘어선 선박 대형화 등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박은 길이 400미터에 달하는 2만4000TEU급으로 거대해진 반면, 국가별 환경 규제나 부지 한계 등에 묶여 터미널 인프라 확장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 권역장은 "과거에는 길어야 이틀이면 항만 하역이 끝났지만, 이제는 거대 선박들이 들어오다 보니 꼬박 4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선박 대형화와 하역 효율성의 불균형이 적체를 만성화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호르무즈 해협·홍해·수에즈 운하가 연쇄적으로 막히면서 선박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해 스케줄 정시성마저 붕괴됐다.
5월28일 싱가포르 PSA 항만에 HMM 선박이 정박해있다. 사진=민지형 기자
이러한 터미널 인프라 한계 속에 HMM은 싱가포르 허브의 터미널 운영사 PSA와 합작법인(HPSD)을 설립해 연간 50만TEU의 안정적 하역 서비스를 보장받고 전용 선석을 확보했다. 하역 지연 리스크를 대폭 낮추는 전략이다. HMM은 부산·미국 타코마·네덜란드 로테르담·대만 등지 항만의 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국가별 언어·종교·문화가 판이하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혼재된 시장이다. 최 권역장은 "초기 중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과 새로운 제조 기지로 부상 중인 방글라데시 등은 성장판이 활짝 열려 있는 희망적인 시장"이라면서 "인도네시아는 방대한 영토 탓에 물류 포커스를 맞추기 쉽지 않고, 필리핀과 미얀마 등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지 않은 지역"이라고 했다.
지역적 특색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최근 한류 바람이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2년 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당시에는 대장금이나 삼성 애니콜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던 시절이었다"면서 "지금은 K팝이나 K드리마가 동남아 전역을 뒤덮고 있어, 그 문화적 파급력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인 힘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권역장은 현지 협력사에 의존하는 일부 대리점을 100% 자사 법인이나 합작법인(JV)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당장 변동성이 큰 인도네시아의 경우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당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JV 설립을 검토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전환한다.
그는 "각국 특성과 위험도에 맞춘 최적화된 물류 네트워크를 2~3년 내에 완성해 글로벌 불확실성을 돌파해 나가겠다"며 "법적인 처우나 시스템 일원화를 통해 주재원과 현지 직원 간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싱가포르 =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국적선사 HMM이 동남아시아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비치 로드 게이트웨이 이스트(Gateway East) 32층 동남아권역 본부에서 만난 최영순 권역장(사진)은 "미중 갈등으로 시작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흐름이 동남아 물동량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권역장 사무실에서는 HMM 선박 등 수많은 배가 떠 있는 싱가포르 해협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책상 한켠에는 망원경도 뒀다.
HMM이 동남아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는 것은 이른바 '차이나 엑소더스'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편중된 생산거점을 동남아로 분산하는 흐름에 해운물류 거점도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 가령 한국이나 중국에서 케미컬·플라스틱 등 원자재를 실어 베트남·인도네시아에 내린 뒤, 여기서 생산하는 가전·가구 같은 공산품을 다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최 권역장은 "과거 아시아에서 미주·유럽으로 나가는 수출 물량의 6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관세 문제 등으로 월마트 같은 소비재 기업들이 소싱처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대거 이전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1%의 물량만 동남아로 넘어와도 체감되는 파급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공장이 동남아로 이전한 것이 아니라 중국 자본이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0년 초반 11%대 수준이던 HMM 전체 물동량 내 동남아 비중은 이미 16~17%까지 확대됐지만, 여전히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HMM 동남아 권역본부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베트남부터 방글라데시, 호주에 이르는 10개국을 관할하며 전사 물동량 16.6%를 책임지고 있다. 1992년 현대상선(현 HMM)에 입사해 34년간 해운업에 몸담은 최 권역장은 미주 지역 팀장 등을 지내며 글로벌 영업 감각을 익혔고, 올 초 10개국 500여명을 총괄하는 싱가포르 권역장으로 부임했다.
부임 100여일이 지난 최 권역장은 최우선 과제는 동남아 역내 네트워크 강화다. 그는 "과거 재무적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2만4000TEU급 초대형선 위주로 선대를 재편해 규모를 키운 사이, 역내를 오가는 소형선 확보에는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HMM은 동남아 역내 6개 항로에 중소형선 16척을 운영 중이며, 2028년까지 중소형선 22척이 순차적으로 추가 인도된다. 투입 항로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선박 규모 특성상 동남아 역내 서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중소형선 22척이 들어오면 인니·말레이·태국·베트남 중심으로 촘촘한 그물망을 짤 기반이 마련된다"고 기대했다.
호르무즈 사태 등으로 빈번해진 항만 적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지적학적 위기를 넘어선 선박 대형화 등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박은 길이 400미터에 달하는 2만4000TEU급으로 거대해진 반면, 국가별 환경 규제나 부지 한계 등에 묶여 터미널 인프라 확장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 권역장은 "과거에는 길어야 이틀이면 항만 하역이 끝났지만, 이제는 거대 선박들이 들어오다 보니 꼬박 4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선박 대형화와 하역 효율성의 불균형이 적체를 만성화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호르무즈 해협·홍해·수에즈 운하가 연쇄적으로 막히면서 선박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해 스케줄 정시성마저 붕괴됐다.
5월28일 싱가포르 PSA 항만에 HMM 선박이 정박해있다. 사진=민지형 기자
이러한 터미널 인프라 한계 속에 HMM은 싱가포르 허브의 터미널 운영사 PSA와 합작법인(HPSD)을 설립해 연간 50만TEU의 안정적 하역 서비스를 보장받고 전용 선석을 확보했다. 하역 지연 리스크를 대폭 낮추는 전략이다. HMM은 부산·미국 타코마·네덜란드 로테르담·대만 등지 항만의 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국가별 언어·종교·문화가 판이하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혼재된 시장이다. 최 권역장은 "초기 중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과 새로운 제조 기지로 부상 중인 방글라데시 등은 성장판이 활짝 열려 있는 희망적인 시장"이라면서 "인도네시아는 방대한 영토 탓에 물류 포커스를 맞추기 쉽지 않고, 필리핀과 미얀마 등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지 않은 지역"이라고 했다.
지역적 특색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최근 한류 바람이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2년 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당시에는 대장금이나 삼성 애니콜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던 시절이었다"면서 "지금은 K팝이나 K드리마가 동남아 전역을 뒤덮고 있어, 그 문화적 파급력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인 힘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권역장은 현지 협력사에 의존하는 일부 대리점을 100% 자사 법인이나 합작법인(JV)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당장 변동성이 큰 인도네시아의 경우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당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JV 설립을 검토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전환한다.
그는 "각국 특성과 위험도에 맞춘 최적화된 물류 네트워크를 2~3년 내에 완성해 글로벌 불확실성을 돌파해 나가겠다"며 "법적인 처우나 시스템 일원화를 통해 주재원과 현지 직원 간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싱가포르 =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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