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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 같이 오는 복합재난, 한반도 ‘뉴노멀’ 될 수 있어
2026. 06. 06. 오전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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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는 "극한기후가 연달아 오는 '복합재난'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기웅 기자
‘역대급 폭염’일 것이란 예보를 이미 실감하는 하루하루다. 친숙했던 기후는 이제 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 지구적 현상이기도 하다. 중앙SUNDAY가 3일 세계적 기후학자인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를 만난 이유다. 그는 로이터 통신이 2021년 선정한 기후변화 관련 과학자 1000명 안에 들었다. 국내 과학자 중 가장 앞선 자리(562위)였다.
그에게 먼저 엘니뇨 현상부터 물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걸 말하는데 1.5도 이상 높으면 ‘수퍼 엘니뇨’라 부른다. 최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일부 관측에선 해수온이 평년보다 3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1877년 ‘수퍼 엘니뇨’의 최고기록인 2.7도를 넘는 수준이다. 6~8월 사이 이런 엘니뇨의 발생확률은 80%인 것으로 2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전망했다.
여름 20일 늘고 겨울은 22일 짧아져
Q : 수퍼 엘니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엘니뇨는 하나의 자연현상이다. 지구는 늘 열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태양 복사열을 많이 받는 적도 열대지역의 열을 추운 극지방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편서풍·무역풍과 같은 대기순환이 일어난다. 근데 이 방식이 안 통하면 아예 열대지역에서 열을 한 번에 가득 품고 북상하는 태풍을 발생시킨다. 이걸로도 해결이 안 되니 엘니뇨가 나타난 거다. 서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그대로 동태평양에 흘러가 거기 바닷물도 따뜻해진다. 이로 인해 대규모 기압변화가 일어난다. 뜨거운 해수면 위의 공기가 데워져 상승기류(저기압)가 형성되면 남미 등 동태평양 지역의 강수가 증가한다. 반대쪽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호주 등 서태평양 지역엔 반대로 하강기류(고기압)가 형성돼 강수가 줄고 산불이 발생한다. 마치 시소처럼 상승-하강 기류를 형성해 대기 평형을 맞추는 원리 때문이다.”
“지구 기온까지 올라 그렇다. 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 1.5도가 올라, 엘니뇨에 기름을 부었다. 엘니뇨의 강도가 세진다. 통상 기온이 1도 오르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습도(포화수증기량)는 약 7% 증가한다. 쉽게 말해 물그릇이 커지는 거다. 물그릇에 담긴 물의 비율인 상대습도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물그릇이 커진 만큼 더 물을 많이 머금게 된다. 그런 만큼 홍수의 강도가 세지고 반대쪽 지역의 가뭄도 극심해진다. 기상현상이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2년간 지속된 1877년 엘니뇨 땐 극심한 가뭄과 대기근으로 인도·중국·브라질·아프리카 전역에 1900만~5000만 명이 사망했다. 최근 2015~2016년 발생한 ‘수퍼 엘니뇨’ 때에도 인도엔 최대 기온이 48도까지 오르는 살인적인 폭염에 2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도 엘니뇨 영향으로 동태평양 지역인 페루에서 1~3월 60명이 사망하고 1만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해 엘니뇨 영향은 북동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북미 캘리포니아, 유럽 쪽이 영향을 받게 된다. 동아시아 지역에는 홍콩·광저우 등 중국 남쪽 부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반도는 동태평양과도 거리가 너무 먼 데다 면적도 매우 작아 (엘니뇨 등의) 특정 기상 신호를 받기 어렵다.”
허 교수는 옆에 있던 지구본의 북극 지역을 여러 번 가리켰다. 그는 “지구에서 심상치 않게 봐야 할 건 ‘극한 기후’”라며 “빈부격차 같이 온난화가 기후격차를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 극지방과 중위도 간 온도 차가 줄면 대기를 순환시키는 제트기류가 급격히 약화한다. 대기 순환이 안 되니 고기압·저기압이 특정 지역에 갇혀 정체하는데,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폭우 지역은 더 폭우가 길어지며 극단화가 된다는 것이다. 북미·유럽의 반복적 열돔 현상(고기압이 정체하며 뜨거운 공기를 돔처럼 가두는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
“1925년도와 2025년의 서울 연평균 기온을 비교해보니 11.9도에서 14.9도로 3도 올랐더라. 여름 30도가 뉴노멀이 됐다. 3도쯤이야 할 수 있지만, 연평균이라 그렇지 일별로 보면 10도 이상 차이 나는 날이 빈번하다. 한창 여름인 지난해 7월 가장 시원했던 날이 100년 전엔 가장 더웠던 날이었다.”
“벚꽃 개화일이 100년 전 대비 3주 앞당겨졌다. 흔히들 ‘여름이 길어진 거 같다’고 얘기하는데 맞다. 여름이 20일 늘어 ‘4개월 계절’이 됐고 겨울은 22일이 짧아졌다. ‘봄눈’이 내리는 이상현상도 눈여겨보고 있다. 벚꽃 개화 이후 4월 최저기온이 2018년부터 확 낮아졌는데 당시 역대급 과수 냉해 피해로 농가 5만500㏊가 손실을 봤다. 전체 농가면적(10만7000㏊)의 절반 수준이다.”
자연재해 다 못 막아, 빠른 회복이 중요
“1925년 을축년 금세기 들어 가장 큰 홍수가 있었는데, 인명피해는 물론 석촌호수도 이때 막혔다(※당시 한강의 본류는 잠실섬 남쪽으로 흐르던 송파강이었다. 을축년 홍수 여파로 북쪽의 샛강인 신천강이 본류가 되었다. 이후 제방·치수 공사로 송파강의 옛 물길 흔적이 석촌호수가 됐다.) 당시 9일간 753㎜ 왔는데, 이 기록을 뛰어넘은 게 지난해였다. 5일간 793㎜가 왔다. 더 짧게 많이 온 거다. 폭우 빈도 수도 2000년 전후로 매년 2회에서 3.3회로 늘었다. 또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특징인데, 가뜩이나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온난화로 더 강력해지고 불안정해져 육지나 지형 등을 스치기만 해도 물폭탄이 쏟아지는 것이다. 멀리 못 가고 바로 코앞인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지난 2022년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뉴스1]
강우 추세가 좁은 곳에 단시간에 강하게 내리는 ‘극한 호우’(시간당 60㎜이상)로 바뀐다는 얘기였다. 허 교수에 따르면 호우 시간의 중위값(전체 관측치의 중간값)이 6.5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고, 호우가 영향을 미치는 관측지점 개수의 중위값이 18개에서 11개로 줄었다. 허 교수는 “이 극한 호우에서 우리나라가 실제 아열대기후가 되고 있다는 근거를 최근 밝혀냈다”며 “일본 남부, 중국 남부지역과 같은 기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한반도 동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형성된 고온다습한 하층 제트기류가 위쪽의 차가운 상층 제트기류를 만나면 마치 환풍기에 빨려 들어가듯 급격히 상승하며 거대한 비구름을 만든다. 이게 우리가 아는 집중호우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부터 다른 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온난화로 중국 대륙의 티베트 고기압의 덩치가 커지면서 발생했다. 티베트 고기압은 대기 상층인 약 12㎞ 상공에 있고 북태평양 고기압은 대기 중·하층, 약 5㎞ 상공에 있는데 이게 한반도 상공에서 포개지면서 대기 상, 하가 고기압인 찜통더위에 갇히게 된다. 이때 북태평양 고기압은 약해졌다 세졌다를 반복하는데, 약해지면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져 극한호우가 발생하는 환경이 된다. 특징은 좁은 지역,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중위도인 한반도에 중국 남부나 필리핀 같은 아열대 타입의 강수가 발생하고 있는 거다. 2022년 서울 강남 침수,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25년 군산 기록적 폭우 등도 관련해서 볼 수 있다.”
최근 ‘TaIME’이란 태풍 예측모델을 개발한 허 교수는 태풍의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접근하는 태풍이 모두 상륙하진 않는다. 소멸하거나 피해가는데 제트류가 약화하다 보니 (근래엔) 태풍이 에너지가 팽팽한 상태로 곧바로 상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연평균 10개 태풍이 접근하는데 2004년엔 10개가 실제 상륙했고, 연평균 6개가 접근하는 우리나라도 2022년 5개가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지나쳤다. 그는 “이제 1년에 기세등등한 6개 태풍이 다 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는 이어졌다. “그나마 극한 기후 하나만 오는 건 낫다. 문제는 복합됐을 때다”라고 했다. 2024년 폭우가 온 뒤 폭염이 같이 왔던 사례를 거론하며 “여태 이런 적이 없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비가 많이 왔고 더울 때는 더 더웠다”고 했다. ‘폭우-폭염’이 같이 온 것처럼 가뭄, 태풍도 같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복합재난’이 뉴노멀이 된 건지 모르지만 한 번 나타났다는 건 또 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더 세게, 갑자기,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이 기후위기 시대의 경쟁력은 자연재해를 완전히 막는 능력이 아니라,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사회 기능을 유지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일 것이란 예보를 이미 실감하는 하루하루다. 친숙했던 기후는 이제 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 지구적 현상이기도 하다. 중앙SUNDAY가 3일 세계적 기후학자인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를 만난 이유다. 그는 로이터 통신이 2021년 선정한 기후변화 관련 과학자 1000명 안에 들었다. 국내 과학자 중 가장 앞선 자리(562위)였다.
그에게 먼저 엘니뇨 현상부터 물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걸 말하는데 1.5도 이상 높으면 ‘수퍼 엘니뇨’라 부른다. 최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일부 관측에선 해수온이 평년보다 3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1877년 ‘수퍼 엘니뇨’의 최고기록인 2.7도를 넘는 수준이다. 6~8월 사이 이런 엘니뇨의 발생확률은 80%인 것으로 2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전망했다.
여름 20일 늘고 겨울은 22일 짧아져
Q : 수퍼 엘니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엘니뇨는 하나의 자연현상이다. 지구는 늘 열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태양 복사열을 많이 받는 적도 열대지역의 열을 추운 극지방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편서풍·무역풍과 같은 대기순환이 일어난다. 근데 이 방식이 안 통하면 아예 열대지역에서 열을 한 번에 가득 품고 북상하는 태풍을 발생시킨다. 이걸로도 해결이 안 되니 엘니뇨가 나타난 거다. 서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그대로 동태평양에 흘러가 거기 바닷물도 따뜻해진다. 이로 인해 대규모 기압변화가 일어난다. 뜨거운 해수면 위의 공기가 데워져 상승기류(저기압)가 형성되면 남미 등 동태평양 지역의 강수가 증가한다. 반대쪽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호주 등 서태평양 지역엔 반대로 하강기류(고기압)가 형성돼 강수가 줄고 산불이 발생한다. 마치 시소처럼 상승-하강 기류를 형성해 대기 평형을 맞추는 원리 때문이다.”
“지구 기온까지 올라 그렇다. 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 1.5도가 올라, 엘니뇨에 기름을 부었다. 엘니뇨의 강도가 세진다. 통상 기온이 1도 오르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습도(포화수증기량)는 약 7% 증가한다. 쉽게 말해 물그릇이 커지는 거다. 물그릇에 담긴 물의 비율인 상대습도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물그릇이 커진 만큼 더 물을 많이 머금게 된다. 그런 만큼 홍수의 강도가 세지고 반대쪽 지역의 가뭄도 극심해진다. 기상현상이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2년간 지속된 1877년 엘니뇨 땐 극심한 가뭄과 대기근으로 인도·중국·브라질·아프리카 전역에 1900만~5000만 명이 사망했다. 최근 2015~2016년 발생한 ‘수퍼 엘니뇨’ 때에도 인도엔 최대 기온이 48도까지 오르는 살인적인 폭염에 2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도 엘니뇨 영향으로 동태평양 지역인 페루에서 1~3월 60명이 사망하고 1만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해 엘니뇨 영향은 북동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북미 캘리포니아, 유럽 쪽이 영향을 받게 된다. 동아시아 지역에는 홍콩·광저우 등 중국 남쪽 부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반도는 동태평양과도 거리가 너무 먼 데다 면적도 매우 작아 (엘니뇨 등의) 특정 기상 신호를 받기 어렵다.”
허 교수는 옆에 있던 지구본의 북극 지역을 여러 번 가리켰다. 그는 “지구에서 심상치 않게 봐야 할 건 ‘극한 기후’”라며 “빈부격차 같이 온난화가 기후격차를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 극지방과 중위도 간 온도 차가 줄면 대기를 순환시키는 제트기류가 급격히 약화한다. 대기 순환이 안 되니 고기압·저기압이 특정 지역에 갇혀 정체하는데,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폭우 지역은 더 폭우가 길어지며 극단화가 된다는 것이다. 북미·유럽의 반복적 열돔 현상(고기압이 정체하며 뜨거운 공기를 돔처럼 가두는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
“1925년도와 2025년의 서울 연평균 기온을 비교해보니 11.9도에서 14.9도로 3도 올랐더라. 여름 30도가 뉴노멀이 됐다. 3도쯤이야 할 수 있지만, 연평균이라 그렇지 일별로 보면 10도 이상 차이 나는 날이 빈번하다. 한창 여름인 지난해 7월 가장 시원했던 날이 100년 전엔 가장 더웠던 날이었다.”
“벚꽃 개화일이 100년 전 대비 3주 앞당겨졌다. 흔히들 ‘여름이 길어진 거 같다’고 얘기하는데 맞다. 여름이 20일 늘어 ‘4개월 계절’이 됐고 겨울은 22일이 짧아졌다. ‘봄눈’이 내리는 이상현상도 눈여겨보고 있다. 벚꽃 개화 이후 4월 최저기온이 2018년부터 확 낮아졌는데 당시 역대급 과수 냉해 피해로 농가 5만500㏊가 손실을 봤다. 전체 농가면적(10만7000㏊)의 절반 수준이다.”
자연재해 다 못 막아, 빠른 회복이 중요
“1925년 을축년 금세기 들어 가장 큰 홍수가 있었는데, 인명피해는 물론 석촌호수도 이때 막혔다(※당시 한강의 본류는 잠실섬 남쪽으로 흐르던 송파강이었다. 을축년 홍수 여파로 북쪽의 샛강인 신천강이 본류가 되었다. 이후 제방·치수 공사로 송파강의 옛 물길 흔적이 석촌호수가 됐다.) 당시 9일간 753㎜ 왔는데, 이 기록을 뛰어넘은 게 지난해였다. 5일간 793㎜가 왔다. 더 짧게 많이 온 거다. 폭우 빈도 수도 2000년 전후로 매년 2회에서 3.3회로 늘었다. 또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특징인데, 가뜩이나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온난화로 더 강력해지고 불안정해져 육지나 지형 등을 스치기만 해도 물폭탄이 쏟아지는 것이다. 멀리 못 가고 바로 코앞인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지난 2022년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뉴스1]
강우 추세가 좁은 곳에 단시간에 강하게 내리는 ‘극한 호우’(시간당 60㎜이상)로 바뀐다는 얘기였다. 허 교수에 따르면 호우 시간의 중위값(전체 관측치의 중간값)이 6.5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고, 호우가 영향을 미치는 관측지점 개수의 중위값이 18개에서 11개로 줄었다. 허 교수는 “이 극한 호우에서 우리나라가 실제 아열대기후가 되고 있다는 근거를 최근 밝혀냈다”며 “일본 남부, 중국 남부지역과 같은 기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한반도 동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형성된 고온다습한 하층 제트기류가 위쪽의 차가운 상층 제트기류를 만나면 마치 환풍기에 빨려 들어가듯 급격히 상승하며 거대한 비구름을 만든다. 이게 우리가 아는 집중호우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부터 다른 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온난화로 중국 대륙의 티베트 고기압의 덩치가 커지면서 발생했다. 티베트 고기압은 대기 상층인 약 12㎞ 상공에 있고 북태평양 고기압은 대기 중·하층, 약 5㎞ 상공에 있는데 이게 한반도 상공에서 포개지면서 대기 상, 하가 고기압인 찜통더위에 갇히게 된다. 이때 북태평양 고기압은 약해졌다 세졌다를 반복하는데, 약해지면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져 극한호우가 발생하는 환경이 된다. 특징은 좁은 지역,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중위도인 한반도에 중국 남부나 필리핀 같은 아열대 타입의 강수가 발생하고 있는 거다. 2022년 서울 강남 침수,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25년 군산 기록적 폭우 등도 관련해서 볼 수 있다.”
최근 ‘TaIME’이란 태풍 예측모델을 개발한 허 교수는 태풍의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접근하는 태풍이 모두 상륙하진 않는다. 소멸하거나 피해가는데 제트류가 약화하다 보니 (근래엔) 태풍이 에너지가 팽팽한 상태로 곧바로 상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연평균 10개 태풍이 접근하는데 2004년엔 10개가 실제 상륙했고, 연평균 6개가 접근하는 우리나라도 2022년 5개가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지나쳤다. 그는 “이제 1년에 기세등등한 6개 태풍이 다 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는 이어졌다. “그나마 극한 기후 하나만 오는 건 낫다. 문제는 복합됐을 때다”라고 했다. 2024년 폭우가 온 뒤 폭염이 같이 왔던 사례를 거론하며 “여태 이런 적이 없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비가 많이 왔고 더울 때는 더 더웠다”고 했다. ‘폭우-폭염’이 같이 온 것처럼 가뭄, 태풍도 같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복합재난’이 뉴노멀이 된 건지 모르지만 한 번 나타났다는 건 또 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더 세게, 갑자기,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이 기후위기 시대의 경쟁력은 자연재해를 완전히 막는 능력이 아니라,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사회 기능을 유지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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