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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팍스 실리카'에 쏠린 눈…K-반도체, 美中 사이 공급망 해법 찾기...

2026. 07. 07. 오후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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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협력과 中 생산기지 사이 균형 모색

팍스 실리카 서밋 개최 사진. 사진=외교부 제공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팍스 실리카’를 둘러싸고 국내 반도체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핵심광물과 장비, 데이터 인프라 전반으로 번지면서 K-반도체가 동맹 공급망과 중국 생산기지 사이에서 해법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팍스 실리카를 앞세워 AI·반도체 공급망을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K-반도체가 미국 주도 협력망과 중국 내 기존 사업 사이에서 균형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공급망 안보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만큼 기업 차원의 판단을 넘어 정부와 산업계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중국의 공급망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기술·경제안보 협력 구상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희토류와 갈륨·게르마늄 등 핵심광물, 에너지, 첨단 제조, AI 인프라, 물류망까지 공급망 전 주기를 포괄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 출범 당시에는 한국, 미국, 호주, 일본,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7개국이 참여했다. 이후 참가국에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카타르, 스웨덴, 필리핀, UAE가 추가됐다. 지난달 2차 서밋을 계기로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EU, 독일, 그리스, 카자흐스탄, 네덜란드, 파나마 등 10곳이 새로 합류하면서 유럽 장비·소재 공급망까지 논의 범위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24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한다. 참여국 간 조달망이 넓어지면 소재와 광물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미국, 일본, 호주 등과 역할을 나눌 여지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와 조달 구조가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유럽의 참여 확대도 주목된다. 네덜란드 ASML이 보유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제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팍스 실리카가 유럽 장비·소재 기업까지 포괄할 경우 한국 기업은 안정적인 장비 협력망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주도의 수출통제 기조가 더 촘촘해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부담은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과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생산거점인 동시에 대형 수요처여서 공급망 블록화가 심화될수록 국내 기업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미국의 수출통제와 중국의 대응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중국 내 사업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중국 내 공장 운영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첨단 공정 전환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장비 반입이 지연되면 원가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중국도 핵심광물과 공급망 관련 제도를 통해 대응할 수 있어 소재 조달 리스크도 상존한다.

다만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이 곧바로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도 현지 공장의 안정적 운영에 이해관계가 있고,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에 불필요한 혼란이 생기는 상황은 부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국도 한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역시 공급망에 불필요한 혼란이 생기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쟁점화를 피하고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반도체는 기업 경쟁력만으로 움직이는 산업이지만 핵심광물, 전력, 용수, 물류, 통상 규범은 국가 전략과 맞물려 있다. 팍스 실리카 논의를 활용해 동맹국 내 소재·부품·장비 협력을 넓히되 중국 사업을 급격히 흔들지 않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투자 요구가 커질 가능성도 변수다.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는 장기적으로 고객사 신뢰를 높일 수 있지만, 투자비와 수익성, 중국 내 사업 리스크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나 공급망 조정은 충분한 시나리오 분석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 구도로 접근하기보다 일관된 경제안보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변수 속에서도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경쟁력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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