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날씨 정보를 가져오는 중...
Phil Life
🛒 필리핀 교민 쇼핑 필수 코스

쇼피(Shopee) 오늘만 이 가격, 타임세일 즉시 확인!

할인받기 〉
local

빈 교실·선박 창고에 미술의 파도가…막오른 부산비엔날레

2026. 08. 28. 오후 11:16
1
news image
3곳서 노동과 이동, 생존 서사 조명…"끈질기게 살아남는 것들에 주목"

'불협하는 합창' 주제로 22개국 46팀이 설치·사운드·영상 등 선보여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28일 부산 영도구 옛 부산남고에서 열린 2026 부산비엔날레 프레스 프리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전시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8.28 sbkang@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학생들로 붐볐던 옛 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과 교실은 이제 텅 비었다. 학생들이 떠난 운동장에는 색색의 설치물이 놓였고, 빈 교실과 복도는 영상·사운드·사진·회화·조각 등 현대미술 작품으로 채워졌다.

폐교가 된 학교는 바다와 항구도시 부산의 기억을 더듬는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교실마다 흘러나오는 낯선 언어와 소리, 벽과 바닥을 점유한 작품들은 노동과 이동, 생존의 시간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러낸다.

부산에서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 축제 부산비엔날레가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을 주제로 28일 개막식을 갖고 두 달여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22개국 46명(팀) 작가가 설치·사운드·퍼포먼스·영상·조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은 항구도시 부산이 품은 이동과 생존, 노동의 역사, 바다를 둘러싼 기억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과 (구)부산남고, 스페이스 원지 등 세 공간에서 열린다. 이 가운데 (구)부산남고와 스페이스 원지는 각각 폐교와 옛 선박 창고를 활용한 장소다. 세 전시장은 모두 바다를 마주한다.

전시를 기획한 아말 칼라프·에블린 사이먼스 공동감독은 개막일 프레스 프리뷰에서 "이것은 지휘자가 없는 합창"이라며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어수선하지만 넉넉하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공식적인 이야기 너머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들에 주파수를 맞춰 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이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28일 부산 영도구 옛 부산남고에서 열린 2026 부산비엔날레 프레스 프리뷰 개막 브리핑에서 이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8.28 sbkang@yna.co.kr

부산 영도구에 있는 (구)부산남고는 1974년부터 올해 초까지 부산남고가 사용하던 건물이다. 부산남고가 강서구 신축 교사로 이전하면서 생긴 유휴 공간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 공간에는 우리가 누구에게서 어떻게 배우는지를 묻는 설치 작업을 모았다.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 작품 '주문'의 모습. 2026.8.28. laecorp@yna.co.kr

이란과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는 (구)부산남고 운동장과 부산현대미술관을 잇는 장소 특정적 작업 '주문'을 선보였다. 운동장에 세 가지 색조의 재활용 직물을 거대한 악보처럼 펼쳐놨다. 관람객은 직물 위를 걸으며 기하학적 패턴과 보호의 의미를 지닌 기호, 문양을 마주하게 된다.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구)부산남고등학교에 마련된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박현성 작가가 자기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8.28. laecorp@yna.co.kr

부산 작가 박현성은 폐교의 옛 급식실을 푸른빛과 조각, 소리로 채운 설치 작품으로 바꾼다. 낡은 배관을 따라 이어진 호스와 조명, 바닷속 생명체를 닮은 조각들이 낯선 바다의 풍경을 만든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현성은 "학생과 교직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간이 버려진 것을 보고 생명력이 멈춰 섰다고 생각했다"며 "이 장소를 '푸른 암실'로 새로 상상하고 생명력으로 가득 찬 영도 앞바다의 심연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부산 '스페이스 원지'에 전시된 조아르 송쿠야 작가의 회화들. 2026.8.28. laecorp@yna.co.kr

전시는 바다가 바로 붙어 있는 영도의 스페이스 원지로 이어진다. 이곳은 과거 선박 장비를 임대 보관하던 장소다.

화물이 오가고 노동의 땀이 밴 이곳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생존, 저항과 투쟁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필리핀 출신 작가 조아르 송쿠야는 선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갑판 위 일상과 노동을 회화, 드로잉, 사운드로 기록해 왔다.

100점이 넘는 그의 연작 회화는 긴 항해의 시간을 담은 시각적 기록이자, 항구와 바다를 오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연결하는 아카이브다.

스페이스 원지에서 이 작품은 전시 장소의 역사와 공명하며 서로 다른 바다와 항구, 사람들의 풍경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송쿠야의 일부 드로잉은 부산교통공사와 협업해 교통카드 디자인으로도 제작됐다. 작품은 전시장을 벗어나 부산을 오가는 시민과 방문객의 손안에서 또 다른 이동을 시작한다.

브라힘 탈 작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부산 '스페이스 원지'에 전시된 브라힘 탈 작가의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 2026.8.28. laecorp@yna.co.kr

벨기에 작가 브라힘 탈은 비엔날레 주제와 같은 제목을 내건 사운드 설치 작품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를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합창단원들의 키에 맞춰 높이를 달리한 19대의 스피커가 놓였다. 영어와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바다가 되고 싶은 열망을 노래하거나 시를 낭송하는 친구·가족·협업자들의 목소리는 따로 울리다가 점차 겹쳐 하나의 합창을 만든다.

전시장 밖으로 바다가 보이며 파도 소리와 작품 속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관객이 공간에 들어서면 희미했던 속삭임은 변화하며 공간을 채운다.

탈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8일 부산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류성실 작가의 '만가지 꿈'. 2026.8.28. laecorp@yna.co.kr

낙동강 하구 퇴적섬 을숙도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은 비엔날레 주 전시장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이곳에서는 28명(팀)의 작가가 작품으로 각자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류성실은 12명의 유령 같은 마네킹을 리프트 위에 세운 설치·사운드 작업 '만가지 꿈'을 선보인다. 음악이 시작되면 마네킹 입에 달린 금빛 술이 혀처럼 흔들리고 눈에서는 빛이 난다.

15분 길이의 합창곡은 세계 일주 뒤 금의환향해야 하는 아이, 95세에도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해골, 500년째 완수되지 않은 과업을 짊어진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세 인물은 모두 끊임없이 꿈꾸고 생산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요구받는다.

작가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사람이 국가의 가능성을 대신해야 한다는 집단적 열망이 교육과 대중매체, 사회적 기대를 통해 개인에게 스며든 현실을 비튼다. 국가가 정한 꿈과 높은 목표를 부여받고 달려가야 하는 한국 사회의 강박을 블랙코미디처럼 펼쳐 보인다.

야잔 칼릴리 작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팔레스타인 작가 야잔 칼릴리는 39개의 캡모자에 시구절을 새긴 작품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를 선보인다. 모자는 관람객이 사서 쓰고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시는 여러 사람의 몸과 장소로 흩어진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수 없고, 모자를 쓴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가까이 설 때만 조각난 문장이 잠시 이어진다.

작가는 종이 대신 군중을 시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삼았다. 소비와 유통을 따라 이동하는 모자를 통해 땅과 유산, 고통과 증언의 문제를 실어 나른다. 모자 판매 수익은 팔레스타인을 돕는 일에 쓰인다. 작품이 흩어지는 과정은 자원을 나누고 소외된 이를 돕는 행위로도 이어진다.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28일 부산 영도구 옛 부산남고에서 열린 2026 부산비엔날레 프레스 프리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전시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8.28 sbkang@yna.co.kr

비엔날레는 전시 외에 퍼포먼스와 워크숍, 토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도 이어진다.

전시를 살펴본 한 미술계 관계자는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이 잘 녹아들었고, 상업적인 냄새도 덜 느껴지는 작품들과 전시 구성인 것 같다"며 "공모로 뽑힌 젊은 외국 여성 감독들이 과감하고 알찬 작품들로 잘 꾸민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긍정적이었다"면서도 "시각적으로 눈에 확 띄는 작품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9일부터 일반 관람을 시작해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 언론사 원문 보기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