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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일상화, 과학과 현장의 협력이 필요한 시대

2026. 07. 29. 오후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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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동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최근 베네수엘라(2026년 6월 24일, 규모 7.2와 7.5의 연속 강진)와 필리핀(2026년 6월 8일, 규모 7.8)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은 준비되지 않은 사회가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진 자체의 피해도 컸지만, 건물 붕괴와 도로 파손, 통신 장애, 병원과 학교 기능 마비가 이어지면서 지역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자연재난이 사회적 피해로 확산되는 복합재난의 양상을 잘 보여주었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은 지진재난이 경주와 포항 등 한반도 동남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 역시 지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가 직면한 자연재난은 지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집중호우와 폭염, 산불과 가뭄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복합재난의 양상이 두드러진다. 집중호우는 침수와 산사태를 유발하고, 폭염은 가뭄과 산불 위험을 높인다. 필리핀 사례에서 보았듯 자연재난과 사회기반시설 피해가 결합될 경우 그 영향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은 서해안과 내륙 평야, 산악지형이 공존하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다양한 재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서해안은 태풍과 강풍, 풍랑의 영향을 받고 내륙 저지대는 침수 위험을 안고 있다. 동부 산악지역은 산사태와 계곡 사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진이라는 잠재적 위험요인까지 확인되면서 지역의 재난 대응은 더욱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재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과 예측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기상·지질 자료를 활용한 재해위험도 분석,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재난 취약성 평가, 실시간 관측과 조기경보 체계 구축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주요 과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재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위험지역을 사전에 파악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예측만으로 재난을 극복할 수는 없다. 재난 현장에서 실제로 생명을 구하고 피해를 줄이는 것은 결국 현장의 대응 역량이다. 특히 복합재난 시대에 소방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소방은 더 이상 화재를 진압하는 조직에 머물지 않는다. 재난 시 인명 수색과 구조, 여름철 집중호우 수난상황과 침수 현장의 고립자 구조, 산불 진화 지원, 화학물질 유출 사고 대응, 응급의료 지원 등 거의 모든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 서 있다.

최근에는 드론과 첨단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현장 정보 수집, 전문구조대 운영, 대형 재난 대응 훈련 등을 강화하고 있다. 재난 유형이 다양해질수록 구조대원의 전문성 확보와 장비 현대화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복합재난 상황에서는 여러 기관이 동시에 협력해야 하므로 소방은 현장 대응의 중심축으로서 지휘와 기관 간 조정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은 막을 수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과학이 제공하는 예측력과 소방을 비롯한 현장의 실행력, 그리고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재난 대응 체계는 비로소 완성된다. 부안 지진이 남긴 교훈도 여기에 있다. 재난이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 과학과 현장,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준비할 때 우리의 안전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우동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이우동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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