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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 강한 韓 … K테크볼 힘 보여줘야죠

2026. 08. 30. 오후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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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볼 대표팀 장은서, 이태빈, 이준석, 김은준(왼쪽부터)이 경기 이천 호법레포츠공원 실내족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탁구대를 휘어 놓은 듯한 테이블에서 선수들이 발과 머리로 공을 넘기며 상대를 공략한다. 탁구에 축구, 배구 등을 섞어 놓은 스포츠 '테크볼(Teqball)'이다. 테크볼은 다음달 19일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정목으로 신규 채택됐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테크볼 한국 국가대표 4명이 'K테크볼'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준석(27), 이태빈(25), 김은준(24), 장은서(21)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대표팀 훈련장인 경기도 이천시 호법레포츠공원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만의 공격적인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며 메달 획득을 다짐하고 나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테크볼에 걸린 금메달 수는 남녀 단·복식과 혼합 복식 등 5개다. 한국은 남자 단식(이준석)·복식(이준석·이태빈)과 혼합 복식(김은준·장은서) 등 3개 종목에 출전한다.

테크볼은 섬세한 발놀림은 기본이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과 빈틈없는 수비까지 갖춰야 하는 종목이다. 이를 두고 김은준은 "모든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마치 '육각형' 같은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한국 대표팀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무기는 양발 사용 능력과 공격력이다. 박지성, 손흥민 등 유럽 축구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대표적인 강점으로 꼽히는 양발 사용 능력은 테크볼에서도 한국의 주요 강점으로 꼽힌다. 이용섭 테크볼 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공격할 때 타점이 높고 상황에 따라 낮게도 찰 수 있다. 양발을 자유롭게 쓴다는 건 무기를 두세 개 더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네 선수는 한국 테크볼 '1세대'다. 이준석과 이태빈은 2019년 말부터 테크볼을 시작했고, 김은준은 2021년에 처음 접했다. 장은서는 지난 5월 선발전을 통해 첫 여자 국가대표가 됐다. 축구와 족구, 세팍타크로 등을 각각 경험한 이들은 지난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되자 인생을 걸었다. 이준석은 "태극마크를 달고 큰 무대에서 뛰는 것을 막연하게 상상했다. 1년 전만 해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는 꿈까지 꾼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 테크볼 투어 더저우에서 한국은 K테크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표팀을 구성한 뒤 불과 2주가량 손발을 맞추고 출전했지만 남자 복식 8강, 혼합 복식 16강에 올랐다. 김은준은 "관중석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준석은 지난 4월 프랑스 대회에 출전하면서 한 달가량 유럽에 머물렀다. 영상으로만 보던 헝가리의 세계 정상급 선수 아담 블라조비치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내 지도를 부탁했다. 답장을 받은 뒤 둘이 1대1로 훈련하며 기술과 경기 운영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김은준도 국내에서 훈련 여건이 마땅치 않자 일본 테크볼협회를 직접 찾아 연락하고 자비로 일본을 오갔다. 이태빈은 대회에서 서브가 뛰어난 필리핀 선수와 친분을 쌓고 1대1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그는 "서브를 넣는 원리를 알게 되면서 나에게 맞는 기술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 장은서는 팀 훈련을 마친 뒤 집 근처 운동장으로 가 불빛 아래에서 홀로 공을 찼다. "받아주는 사람도 없이 공 감각을 익히려고 계속 찼다"는 그는 단기간에 테크볼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실전 경험을 보완하는 방법도 독특했다. 대표팀은 훈련장에서 유튜브의 관중 함성과 야유 소리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크게 틀어 놓는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아시안게임의 낯선 소음과 분위기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서다.

테크볼협회가 아시안게임에 한해 대한체육회의 '한시적 준회원 단체'가 됐지만, 정회원이 아니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없다. 대표팀을 결성한 후 경기 하남과 이천 등에서 훈련해온 이들의 모습은 마치 이름난 도장 대신 바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칼을 갈아온 '무림의 고수'들을 보는 듯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테크볼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1개 이상, 전 종목 메달 획득이다. 대회 개막 다음 날 5개 세부 종목 메달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져 상황에 따라 테크볼에서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메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선은 이번 대회에만 향해 있지 않았다. 한국 테크볼의 길을 처음 내는 세대로 기억되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이태빈은 "2002년 월드컵 세대와 박지성 선수가 길을 뚫어 후배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듯, 우리를 보고 후배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테크볼 대표팀은 다음달 14일 결전지인 일본 나고야에 입성해 17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곡선 형태의 테이블 위에서 축구와 탁구의 요소를 결합한 스포츠. 팔과 손을 제외한 신체 모든 부위를 사용해 단·복식 모두 세 번의 터치 안에 상대편으로 공을 넘겨야 한다. 세트당 12점을 먼저 따내야 하며, 3세트 2선승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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