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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세계화의 마지막 오아시스’ 두바이에 닥친...

2026. 03. 19. 오전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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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는 호시절로 기억되는 세계화 시대의 활력이 보존된 곳

전쟁이 두바이·도하의 운명 결정하나… ‘두쫀쿠’가 끝 아니길

2022년 7월, 나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당시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러시아를 여행하기 위해서 두바이를 찾았다.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직항이 끊겼기 때문이다. 반면 두바이 공항에는 큼직한 광고가 걸려 있었다. “모스크바로 어서 오세요.” 당시 서방 세계 전체가 대(對)러시아 제재를 발표하고 러시아와 교류를 단절하던 상황에서 이런 광고판을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사실 이는 두바이는 물론이고 GCC(걸프협력기구) 회원국 전체의 국가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카타르의 도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두바이,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에너지 수출로 쌓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스마트 국가, 강소국 비전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동 바깥의 복잡한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기보다 오직 비즈니스만을 논할 수 있는 ‘탈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걸프는 갈등과 다툼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 비즈니스와 관광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미국과 탈레반도 카타르에서 협정을 맺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아부다비에서 회담을 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걸프 국가들은 정치적 안정 위에 경제적 번영을 쌓았다. 세계 최고층 빌딩과 화려한 분수, 명품 쇼핑몰로 시작한 걸프의 초현대 도시 프로젝트에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 암호화폐 사업가들과 데이터 센터까지 합류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천혜의 입지도 큰 역할을 했고,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의 공항들은 전 세계 하늘길의 중심을 차지했다. 인도, 필리핀, 이집트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영국에서도 이러한 경제적 기회에 이끌려 걸프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또 공격받은 두바이 공항 16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연기에 휩싸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상공에서 항공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주변 국가를 겨냥한 이란의 반격이 집중된 곳이다./AFP 연합뉴스

요컨대 걸프는 2008년 금융 위기와 2016년 탈세계화로 이제는 아련한 신기루가 된 세계화의 마지막 이상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자본 축적과 경제적 기회의 창출이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이상, 기회를 찾아 끝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움직이는 노동 이주, 사람들의 뒤얽힘 속에서 만들어지는 ‘세계 문화’의 꿈.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한동안 세계인에게 ‘호시절’로 기억되는 세계화 시대의 이상이 걸프에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처럼 보존되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화가 단절되었을 때, 아직 그 꿈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세계인에게 선언한 행사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그런 점에서 걸프는 하나의 도시나 지역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지닌, ‘하나의 이상’이었다.

연초 한국을 강타한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역시 두바이의 정신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두쫀쿠의 ‘원조’인 두바이 초콜릿은 필리핀 출신 누엘 오마말린과 이집트 출신 사라 하무다의 합작품으로, 러시아와 동유럽 SNS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그 두바이 초콜릿이 대만 과자 설화병과 한국에서 결합하며 ‘두쫀쿠’로 만들어져서 중국으로, 뉴욕으로, 또다시 두바이로 흘러갔다.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는 발명과 유행 과정은 물론이고, ‘두바이’라는 이름이 주는 아우라까지 모든 것이 세계화 시대의 활력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 두바이와 걸프가 현재 전쟁의 땅으로 변모했다. 석유 수출이 막히고, 공항에는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호텔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세계화의 오아시스’ 걸프에 사막의 모래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두바이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부터 불길하게 오르는 우리나라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시작에 불과하고, 걸프 봉쇄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영역으로 계속해서 일파만파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영역은 역시 관념의 영역이다. 이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두바이와 도하를 비롯한 걸프 지역의 운명도 결정된다. 걸프가 다시 세계화 시대의 오아시스로 부활할 수 있다면, 세계화 시대의 이상은 상처받은 채로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내 걸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다면, 카타르 월드컵과 두쫀쿠는 다가올 혼돈의 시대에 아련한 번영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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