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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첫 첨단 원전 승인…SK 복 터졌네

2026. 03. 20. 오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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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미국 내 최초의 상업용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승인하며 글로벌 원전 산업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미국 원전 기업 테라파워가 이번 승인을 받자 전통 원전을 넘어 SMR 시장 확대에 탄력이 붙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최초로 상업용 SMR 건설을 승인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악수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SK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NRC로부터 상업용 첨단 원자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테라파워에 투자해왔다. NR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을 승인한 것은 10년여 만이다. 특히 미국에서 SMR 같은 첨단 원전 건설이 승인된 최초 사례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호 니에 NRC 위원장은 “이번 승인은 미국 첨단 원전 산업의 이정표”라며 “엄격하고 독립적인 안전성 심사를 거쳐 적기에 예측 가능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NRC 원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번 NRC의 건설 승인은 테라파워가 보유한 차세대 SMR 기술 안전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규제기관으로부터 공식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SMR의 글로벌 사업 확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차세대 SMR 분야 선두 기업으로 손꼽힌다. 기존 원자로가 물로 열을 식히는 것과 달리, 테라파워의 SMR은 액체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액체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도로 물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며 발전 출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테라파워는 액체나트륨 냉각 기술을 활용한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SMR을 개발 중이다.

테라파워의 SMR은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을 기존 대비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부하 추종운전’도 가능하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보완적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강점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이번 승인에 따라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시에 세계 최초 상업용 SMR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올 3월 중 공사에 착수해 2030년 실증로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2030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미국 기준 3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345㎿)를 생산하게 된다.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는 최대 500㎿까지 출력 증강도 가능하다.

테라파워의 경쟁력을 눈여겨본 SK㈜와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테라파워에 투자했다. 2022년 8월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670억원)를 투자해 지분 10% 안팎을 확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1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4000만달러(약 587억원)에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과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는 차세대 SMR 개발·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테라파워의 4세대 SMR 실증과 상업용 원자로 개발에 협력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소재 분야 경쟁력과 원전 건설,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SMR 기반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장은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상업용 SMR 플랜트 건설과 글로벌 SMR 공급망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3년 시장 규모 100조원 넘을 듯

이번 상업용 첨단 원전 건설 허가를 계기로 글로벌 SMR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발 전력난을 해결할 해법으로 SMR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설비를 표준화·모듈화해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SMR 발전 용량은 300㎿급으로 기존 1000~1500㎿급 대형 원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지만, 성능이 결코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 원전을 지을 때는 일일이 설계를 해야 하고 건설 기간이 오래 걸려 수조원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SMR은 모듈을 조립하는 방식이라 공사 기간이 짧고, 건설 비용도 수천억원대로 원전보다 저렴하다. 소형이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원전을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안전성도 우월하다. 중대 사고 확률이 10억년에 1회 수준에 그쳐 대형 원전(10만년에 2회)보다 훨씬 낮다. SMR은 피동안전계통을 채택해 일본 후쿠시마 사태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피동안전계통이란 별도의 전원 없이 중력 같은 자연의 힘만으로 원전 내부를 냉각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다. 목욕탕 열탕 위 천장에서 차가운 물이 맺혀 떨어지는 것처럼, 원전 내부 증기가 상부의 열 교환기를 거쳐 냉각수로 바뀌어 열을 식히는 구조다. 즉 경제성과 친환경성, 안전성을 두루 갖춘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는 의미다.

덕분에 시장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33년 724억달러(약 103조785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50년 신규 원전의 50%가 SMR로 건설될 것이란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전망도 나왔다. 워낙 전망이 밝다 보니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강대국이 성장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현재 SMR 기술이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SMR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엑스에너지 등 자국 SMR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퍼붓는다. 미국 정부는 SMR 배치에 약 9억달러(1조3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SMR 기업들은 2030년 이전에 SMR 상용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중국은 자체 SMR인 ACP-100 실증을 마치고 2021년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했다. 하이난성 창장에 들어설 이 SMR은 올해 상업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SMR 기반의 해상 부유식 원전을 운영 중이다.

국내 원전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SMR 수주 목표를 1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전체 원자력 수주 목표(4조9000억원)의 22%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까지는 SMR 주기기 수주 실적이 없었지만, 올해부터 성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엑스에너지 등 글로벌 SMR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주기기 공급을 준비해왔다.

특히 뉴스케일파워가 올 상반기 중 미국 유틸리티 기업 테네시밸리공사(TVA)와 SMR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돼 수주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테라파워 역시 상업용 첨단 원전 건설 허가를 받은 만큼 주기기 공급을 준비해온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TVA와 뉴스케일 계약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1GW 이상을 수주한다면 올해 SMR 수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엑스에너지 초도호기’ 조감도. (DL이앤씨 제공)

두산에너빌리티, SMR 전용 공장 신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수요 확대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2028년까지 8068억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에 SMR 전용 공장을 신설한다. 업계에선 두산에너빌리티가 2030년까지 누적 60기 이상의 SMR 모듈을 수주할 것으로 내다본다.

HD현대는 세계 최초로 원자력잠수함 기술을 그대로 쓴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개발에 나선다. HD현대는 최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미국선급협회(ABS)와 ‘원자력 연계 전기 추진 시스템 개념 설계를 위한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원자력 추진선은 SMR에서 전기를 생산한 뒤 저장하고, 이 전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이다. 산소 공급을 받을 수 없는 해저에서 원자력을 활용해 추진하는 원자력잠수함과 원리가 같다.

DL이앤씨는 2023년 미국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지분 2%가량을 확보했다. 엑스에너지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경수로형은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데 비해 비경수로형은 금속, 기체 등 다양한 냉각재를 활용한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에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의 SMR 초도호기(첫 번째 완성품)를 2030년대 초 완공할 예정이다. 아마존 등 안정적인 전력 수요처를 확보한 후속 프로젝트도 보유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엑스에너지는 이런 경쟁력을 인정받아 2021년 미국 정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에 선정돼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지원받았다. 올 2월엔 아마존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7억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DL이앤씨는 4세대 SMR 표준화 경쟁에서 앞서가는 엑스에너지와 협력 중인 점이 눈길을 끈다”며 “엑스에너지의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서 초기 단계부터 협력한 만큼 후속 프로젝트 수혜 기대도 크다”고 진단했다.

DL이앤씨는 필리핀 정부와도 손을 잡았다. 박상신 대표를 비롯한 DL이앤씨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원전 건설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필리핀정부는 1986년 이후 중단된 원전 건설을 재개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7월 필리핀 최대 전력회사 메랄코와 업무협약을 맺고 필리핀 내 SMR 도입 협의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한국형 SMR인 ‘혁신형 SMR(i-SMR)’의 표준설계 인가를 2028년까지 획득하고, 2030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전기 출력을 조절할 수 없지만, i-SMR은 상황에 따라 전기 출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에 SMR을 적극 활용한다는 포부다.

특히 경남 창원, 부산, 경북 경주 등을 중심으로 SMR 기자재 제작을 지원하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위탁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비경수로형 SMR 기술 개발도 병행해 원전 설계부터 제작, 시공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028년까지 SMR을 개발하더라도 미국, 중국 등이 한발 앞서 SMR 시장을 선점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HD현대가 추진해온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개발 역시 규제가 관건이다. 원자력잠수함 기술은 아직까지 미국, 러시아 등 핵 보유 인정 국가 함선에만 쓰이는 만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 구축이 변수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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