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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시사펀치 전쟁 끝나도 지휘권 놓지 않는 미국
2026. 05. 10. 오후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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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핵추진잠수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다. 특히 전작권 문제는 단순한 군사 기술 협의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안보 구조의 본질, 더 나아가 미국이 20세기 이후 세계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가와 연결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전작권을 단순히 “우리 군대를 누가 지휘하느냐”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거대한 국제질서의 문제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주요 전쟁에서 연합군 체제를 만들었고, 전쟁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작전지휘권 역시 미국이 유지했다는 점이다.
한국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은 왜 전쟁 이후에도 지휘권을 놓지 않았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은 단지 병력 숫자가 아니라 ‘지휘 체계’ 자체이기 때문이다. 병사보다 중요한 것은 명령 체계이며,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동맹군 간 지휘 불일치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 원칙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유럽에 미원정군(AEF)을 파병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전 지휘 체계를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유럽과 태평양 전선 모두 미국이 연합군 핵심 지휘권을 장악했다. 냉전 이후 NATO,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국적군 형태였지만 핵심 지휘 체계는 항상 미국 중심이었다.
1950년 7월14일, 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이양했다. 당시 북한군 남침으로 서울이 함락되고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던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부산 교두보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었다. 국가 생존 자체가 모든 판단보다 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이후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제가 만들어졌고, 미국 중심의 한미연합 방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지금의 체계가 본격화됐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며, 전시 상황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전력을 통합 지휘하고 있다.
다만 변화도 있었다. 1994년 12월1일 한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즉 평상시에는 한국군을 한국군 스스로 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군사 주권 회복 측면에서 상징성이 매우 컸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 체계 아래에서 행사된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평시는 한국군, 전시는 연합사 체계’라는 독특한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한국만의 특수 사례는 아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사실상 ‘세계 안보 운영자’ 역할을 맡아왔다. 유럽에서는 NATO를 만들었고, 일본·독일·한국을 냉전 방어선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 방어를 단순 지원이 아니라 자국 전략 질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NATO다. NATO는 다국적군 체제지만 실제 핵심 군사 지휘는 미국 중심으로 운영된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은 사실상 항상 미군 장성이 맡아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핵무기·위성·전략폭격기·항공모함·군수 체계를 미국이 통합 운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병력 숫자보다 ‘지휘 네트워크’를 패권 유지의 핵심으로 관리해 온 셈이다.
독일 역시 냉전 시기 수십만명 규모의 미군이 장기 주둔했다. 당시 미국은 서독을 단순 동맹국이 아니라 소련을 막는 유럽 방어선의 핵심 기지로 봤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은 한국처럼 전작권 구조는 아니지만,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미일동맹 체계 속 미국 전략 자산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특히 오키나와·요코스카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미국은 다국적군을 조직했지만 실질적인 작전 통제는 미국이 맡았다. 이것은 단순한 패권 의식이 아니라 미국 군사 시스템 자체의 특징과 관련 있다. 미군은 정보·정찰·위성·미사일 방어·공중전·군수 지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 운영한다. 미국 입장에서 지휘권을 넘긴다는 것은 그 네트워크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흔히 “주권 국가인데 왜 아직 미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실제로 전작권 환수는 군사 주권 회복 차원에서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도 자국 군대 전시 지휘권을 외국과 공동 운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반면 현실 안보 논리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변수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안보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까지 연결되며 동북아 전체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와 전략 자산, 정보 체계가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담겨 있다. 첫째,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할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안정적인 안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결국 단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미는 IOC(기본운용능력) → FOC(완전운용능력) → FMC(완전임무수행능력)라는 3단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전 수준의 지휘·작전 능력을 더 정밀하게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11월4일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2026년 FOC 검증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전작권 전환 논의가 실무 검증 단계로 깊숙이 들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중요한 발언이 등장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 이전까지 조건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준으로는 사실상 오는 2029년 1분기 이전 전작권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모호하게만 거론되던 전환 시점이 처음으로 구체적 숫자와 함께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처음으로 미군 수뇌부가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조건 충족 시 전환”이라는 원칙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상 시간표 논의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작권 논쟁이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제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많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그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작권을 넘기고 빠지는 구조’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정보·정찰·핵우산·우주·사이버 체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조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중심의 냉전형 주둔보다 공군·해군·미사일·정보전 중심의 ‘유연한 주둔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일본·괌·필리핀·호주까지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즉 미래 동맹은 숫자보다 네트워크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안보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안규백 장관의 방미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의전 방문이 아니라, 사실상 ‘전작권 이후 시대의 한미동맹’을 조율하는 첫 시험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향후 10년 한미 군사 협력 방향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미에서 안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첫째, 전작권 전환의 ‘속도’보다 ‘조건’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 일정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다. 한국군이 북핵·미사일 위협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연합 지휘 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자칫 정치 상황에 쫓기면 안보 불안 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추진잠수함 문제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측에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을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단순 도입 여부를 넘어 기술 이전 범위와 운용 체계까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 무기가 아니라 한국 해군의 전략 반경 자체를 바꾸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셋째,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 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경우, 미군은 어떤 방식으로 정보·정찰·우주·사이버·핵우산 체계를 연결할 것인지 사전에 구조를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환 직후 지휘 공백과 전략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누가 지휘하느냐’보다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넷째, 미국 의회와의 관계 강화다. 이번 일정에는 미 상원 군사위원장과 해양력소위원장 면담도 포함돼있다. 미국 안보 정책은 백악관뿐 아니라 의회 예산과 전략 승인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의회 내 초당적 한미동맹 지지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도 동맹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응 방향은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서로 반대 개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종종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면 반미로 몰리고, 반대로 동맹 강화를 말하면 종속 논란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 안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누가 위냐 아래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어떤 역할을 분담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한국군 주도 체계 강화 + 미국 전략 자산 연동 유지’라는 이중 구조에 가깝다. 즉 지휘권은 한국군이 갖되, 핵우산·위성·정보·우주·사이버 분야에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다. 미래 동맹은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형 네트워크 동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작권 논쟁은 “미국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느 수준까지 스스로 전쟁을 책임질 수 있느냐”다. 미국은 이제 한국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중국·북한·러시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그 변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전작권을 단순히 “우리 군대를 누가 지휘하느냐”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거대한 국제질서의 문제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주요 전쟁에서 연합군 체제를 만들었고, 전쟁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작전지휘권 역시 미국이 유지했다는 점이다.
한국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은 왜 전쟁 이후에도 지휘권을 놓지 않았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은 단지 병력 숫자가 아니라 ‘지휘 체계’ 자체이기 때문이다. 병사보다 중요한 것은 명령 체계이며,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동맹군 간 지휘 불일치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 원칙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유럽에 미원정군(AEF)을 파병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전 지휘 체계를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유럽과 태평양 전선 모두 미국이 연합군 핵심 지휘권을 장악했다. 냉전 이후 NATO,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국적군 형태였지만 핵심 지휘 체계는 항상 미국 중심이었다.
1950년 7월14일, 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이양했다. 당시 북한군 남침으로 서울이 함락되고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던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부산 교두보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었다. 국가 생존 자체가 모든 판단보다 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이후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제가 만들어졌고, 미국 중심의 한미연합 방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지금의 체계가 본격화됐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며, 전시 상황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전력을 통합 지휘하고 있다.
다만 변화도 있었다. 1994년 12월1일 한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즉 평상시에는 한국군을 한국군 스스로 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군사 주권 회복 측면에서 상징성이 매우 컸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 체계 아래에서 행사된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평시는 한국군, 전시는 연합사 체계’라는 독특한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한국만의 특수 사례는 아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사실상 ‘세계 안보 운영자’ 역할을 맡아왔다. 유럽에서는 NATO를 만들었고, 일본·독일·한국을 냉전 방어선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 방어를 단순 지원이 아니라 자국 전략 질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NATO다. NATO는 다국적군 체제지만 실제 핵심 군사 지휘는 미국 중심으로 운영된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은 사실상 항상 미군 장성이 맡아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핵무기·위성·전략폭격기·항공모함·군수 체계를 미국이 통합 운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병력 숫자보다 ‘지휘 네트워크’를 패권 유지의 핵심으로 관리해 온 셈이다.
독일 역시 냉전 시기 수십만명 규모의 미군이 장기 주둔했다. 당시 미국은 서독을 단순 동맹국이 아니라 소련을 막는 유럽 방어선의 핵심 기지로 봤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은 한국처럼 전작권 구조는 아니지만,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미일동맹 체계 속 미국 전략 자산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특히 오키나와·요코스카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미국은 다국적군을 조직했지만 실질적인 작전 통제는 미국이 맡았다. 이것은 단순한 패권 의식이 아니라 미국 군사 시스템 자체의 특징과 관련 있다. 미군은 정보·정찰·위성·미사일 방어·공중전·군수 지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 운영한다. 미국 입장에서 지휘권을 넘긴다는 것은 그 네트워크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흔히 “주권 국가인데 왜 아직 미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실제로 전작권 환수는 군사 주권 회복 차원에서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도 자국 군대 전시 지휘권을 외국과 공동 운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반면 현실 안보 논리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변수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안보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까지 연결되며 동북아 전체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와 전략 자산, 정보 체계가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담겨 있다. 첫째,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할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안정적인 안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결국 단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미는 IOC(기본운용능력) → FOC(완전운용능력) → FMC(완전임무수행능력)라는 3단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전 수준의 지휘·작전 능력을 더 정밀하게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11월4일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2026년 FOC 검증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전작권 전환 논의가 실무 검증 단계로 깊숙이 들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중요한 발언이 등장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 이전까지 조건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준으로는 사실상 오는 2029년 1분기 이전 전작권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모호하게만 거론되던 전환 시점이 처음으로 구체적 숫자와 함께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처음으로 미군 수뇌부가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조건 충족 시 전환”이라는 원칙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상 시간표 논의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작권 논쟁이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제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많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그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작권을 넘기고 빠지는 구조’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정보·정찰·핵우산·우주·사이버 체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조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중심의 냉전형 주둔보다 공군·해군·미사일·정보전 중심의 ‘유연한 주둔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일본·괌·필리핀·호주까지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즉 미래 동맹은 숫자보다 네트워크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안보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안규백 장관의 방미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의전 방문이 아니라, 사실상 ‘전작권 이후 시대의 한미동맹’을 조율하는 첫 시험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향후 10년 한미 군사 협력 방향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미에서 안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첫째, 전작권 전환의 ‘속도’보다 ‘조건’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 일정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다. 한국군이 북핵·미사일 위협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연합 지휘 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자칫 정치 상황에 쫓기면 안보 불안 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추진잠수함 문제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측에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을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단순 도입 여부를 넘어 기술 이전 범위와 운용 체계까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 무기가 아니라 한국 해군의 전략 반경 자체를 바꾸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셋째,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 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경우, 미군은 어떤 방식으로 정보·정찰·우주·사이버·핵우산 체계를 연결할 것인지 사전에 구조를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환 직후 지휘 공백과 전략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누가 지휘하느냐’보다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넷째, 미국 의회와의 관계 강화다. 이번 일정에는 미 상원 군사위원장과 해양력소위원장 면담도 포함돼있다. 미국 안보 정책은 백악관뿐 아니라 의회 예산과 전략 승인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의회 내 초당적 한미동맹 지지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도 동맹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응 방향은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서로 반대 개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종종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면 반미로 몰리고, 반대로 동맹 강화를 말하면 종속 논란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 안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누가 위냐 아래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어떤 역할을 분담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한국군 주도 체계 강화 + 미국 전략 자산 연동 유지’라는 이중 구조에 가깝다. 즉 지휘권은 한국군이 갖되, 핵우산·위성·정보·우주·사이버 분야에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다. 미래 동맹은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형 네트워크 동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작권 논쟁은 “미국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느 수준까지 스스로 전쟁을 책임질 수 있느냐”다. 미국은 이제 한국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중국·북한·러시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그 변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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