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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일본 읽기] 평화헌법, 이름만 남나

2026. 05. 18. 오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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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전후 80년간 유지해온 ‘평화국가’의 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단순한 안보 정책 조정이 아니다. 국가 전략과 안보 인식 전반이 바뀌는 대전환이다.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로 상징되던 일본의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본 정부는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위한 첫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체는 다카이치 사나에(사진) 총리가 올해 안보 3문서를 개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AI·드론 중심의 전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한국 국방비의 1.5배인 방위비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대만해협 위기 가능성 역시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자극하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온 일본 자민당으로선 국제 정세 변화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상황이 됐다. 일본은 2014년 아베 정권 때 도입한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토대로 무기 수출의 길을 넓혀왔다. 최근 운용지침 개정을 통해 구조·수송·경계·감시·소해 등 이른바 ‘5유형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며 호위함·미사일 같은 살상 무기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성과도 있다. 일본은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을 맺은 호주에 호위함 11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함정 수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최종 경쟁에서 탈락했다. K방산과 일본 방산의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사업을 맡은 미쓰비시중공업은 과거 군함과 전투기를 생산했다는 점에서 일본 방산 부활의 상징처럼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필리핀에 퇴역 함정과 항공기 이전도 추진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평화헌법은 개정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 명목상으론 유효하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그 이름 아래 군사력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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