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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규제 피해 선진국서 개도국으로
2026. 08. 13. 오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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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잇단 중단… 유럽·싱가포르도 금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밀퍼드의 제너럴모터스(GM) 주행시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대는 ‘데이터센터 중단(STOP DATA CENTER)’이라고 적힌 피켓을 준비해 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전기와 물을 소비하면서 해당 지역에 돌아오는 몫은 크지 않다는 불만이 커지면서다. 일종의 ‘혐오시설’로 전락한 데이터센터들은 반대 여론과 규제가 덜하면서도 각종 자원이 저렴하고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향하고 있다. 선진국이 외면하는 데이터센터를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들이 떠안는 모양새인데, 현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원전보다 더 싫다”…미국·호주 등 데이터센터 반대
브랜던 존슨 미국 시카고 시장은 11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시의회에 신규 건설과 시설 확장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건설 중단) 도입을 요구했다. 소음과 전기요금 상승, 수자원 고갈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커지자 나온 정치적 결단이다. 앞서 뉴욕주도 지난달 주정부 최초로 50MW 이상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을 1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시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금지조치를 검토한 주의회는 15개에 이른다.
데이터센터 문제는 오는 10월 예정된 미 중간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유타주에서 승인된 최대 9GW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지원한 스튜어트 애덤스 주 상원의장과 찬성표를 던진 박스엘더카운티의 보이드 빙엄·리 페리 위원이 한 달여 뒤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나란히 떨어졌다. 페리는 데이터센터 관련 표결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인정했다. 일자리와 세수 효과보다 물·전력 소비와 대기오염 부담이 더 크고, 사업도 주민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불신이 겹친 결과다. 유타주 유권자 10명 중 7명은 경제적 이익이 물과 에너지 부담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3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1%가 거주지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했다.이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비율(5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대 응답자의 절반이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자원 사용을 지적했고, 전기요금과 생활비 상승 등 비용 문제를 우려한 응답도 20%에 달했다. 찬성 응답자의 대다수는 세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호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멜버른 캠벨필드의 옛 포드자동차 공장 부지에 336MW 규모 데이터센터가 추진되고 있는데 주민 반발이 거세다. 주택가와 불과 260m가량 떨어진 데다 11억 호주달러 규모 투자에도 완전 가동 후 일자리가 최대 255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포드 공장이 전성기에 5000명 이상을 고용했던 것과 대조된다. 호주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규제 체계가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빗장을 걸었다. 싱가포르는 땅과 전기 부족을 이유로 2019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했다가 2022년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업만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역시 지난해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과 확장을 2030년까지 금지했다.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의 20% 이상을 쓰자 2021년 더블린 일대의 신규 전력망 접속을 중단했다.
빅테크들은 규제가 덜한 지역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다. 싱가포르가 2019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자 값싼 토지와 전기, 물을 갖춘 인접 지역인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로 투자가 몰린 것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가 건설을 중단한 2019~2022년 사이에만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텐센트·알리바바 등이 조호르주에 3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조호르주에서도 규제가 강화되자 빅테크 기업들은 다시 태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태국 투자청이 지난해 승인한 디지털 인프라 사업은 141건, 6230억 바트 규모다. 방콕 일대 데이터센터 가동 용량도 지난해 말 122MW에서 내년 402MW로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베트남도 통신·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투자 유치에 나섰다.
“물은 공동책임, AI 경쟁 어느 지점에선 멈춰야”
세계 각국에서 데이터센터 갈등이 커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사회가 무엇을 얼마나 내주고, 무엇을 돌려받는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사업자는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지만 데이터센터별 전력·용수 사용량과 냉각 방식, 비상발전기 가동, 세제 혜택과 기반시설 비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건설 과정에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완공 후 상시 고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전력망과 정수장·하수처리장, 송전선로 같은 기반시설은 장기간 확보해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 산하 감사기구(JLARC)는 2024년 보고서에서 주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7만40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추산하면서도 그 대부분이 운영이 아닌 건설 단계의 일시적 고용이라고 지적했다. 자동화가 진전된 대형 시설은 100MW당 상근 인력 최대 40명에 그쳤다.
찰스 산티아고 전 말레이시아 국가수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물과 같은 자원은 특정 집단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이라며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멈춤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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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밀퍼드의 제너럴모터스(GM) 주행시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대는 ‘데이터센터 중단(STOP DATA CENTER)’이라고 적힌 피켓을 준비해 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전기와 물을 소비하면서 해당 지역에 돌아오는 몫은 크지 않다는 불만이 커지면서다. 일종의 ‘혐오시설’로 전락한 데이터센터들은 반대 여론과 규제가 덜하면서도 각종 자원이 저렴하고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향하고 있다. 선진국이 외면하는 데이터센터를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들이 떠안는 모양새인데, 현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원전보다 더 싫다”…미국·호주 등 데이터센터 반대
브랜던 존슨 미국 시카고 시장은 11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시의회에 신규 건설과 시설 확장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건설 중단) 도입을 요구했다. 소음과 전기요금 상승, 수자원 고갈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커지자 나온 정치적 결단이다. 앞서 뉴욕주도 지난달 주정부 최초로 50MW 이상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을 1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시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금지조치를 검토한 주의회는 15개에 이른다.
데이터센터 문제는 오는 10월 예정된 미 중간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유타주에서 승인된 최대 9GW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지원한 스튜어트 애덤스 주 상원의장과 찬성표를 던진 박스엘더카운티의 보이드 빙엄·리 페리 위원이 한 달여 뒤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나란히 떨어졌다. 페리는 데이터센터 관련 표결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인정했다. 일자리와 세수 효과보다 물·전력 소비와 대기오염 부담이 더 크고, 사업도 주민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불신이 겹친 결과다. 유타주 유권자 10명 중 7명은 경제적 이익이 물과 에너지 부담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3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1%가 거주지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했다.이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비율(5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대 응답자의 절반이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자원 사용을 지적했고, 전기요금과 생활비 상승 등 비용 문제를 우려한 응답도 20%에 달했다. 찬성 응답자의 대다수는 세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호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멜버른 캠벨필드의 옛 포드자동차 공장 부지에 336MW 규모 데이터센터가 추진되고 있는데 주민 반발이 거세다. 주택가와 불과 260m가량 떨어진 데다 11억 호주달러 규모 투자에도 완전 가동 후 일자리가 최대 255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포드 공장이 전성기에 5000명 이상을 고용했던 것과 대조된다. 호주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규제 체계가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빗장을 걸었다. 싱가포르는 땅과 전기 부족을 이유로 2019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했다가 2022년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업만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역시 지난해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과 확장을 2030년까지 금지했다.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의 20% 이상을 쓰자 2021년 더블린 일대의 신규 전력망 접속을 중단했다.
빅테크들은 규제가 덜한 지역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다. 싱가포르가 2019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자 값싼 토지와 전기, 물을 갖춘 인접 지역인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로 투자가 몰린 것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가 건설을 중단한 2019~2022년 사이에만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텐센트·알리바바 등이 조호르주에 3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조호르주에서도 규제가 강화되자 빅테크 기업들은 다시 태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태국 투자청이 지난해 승인한 디지털 인프라 사업은 141건, 6230억 바트 규모다. 방콕 일대 데이터센터 가동 용량도 지난해 말 122MW에서 내년 402MW로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베트남도 통신·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투자 유치에 나섰다.
“물은 공동책임, AI 경쟁 어느 지점에선 멈춰야”
세계 각국에서 데이터센터 갈등이 커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사회가 무엇을 얼마나 내주고, 무엇을 돌려받는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사업자는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지만 데이터센터별 전력·용수 사용량과 냉각 방식, 비상발전기 가동, 세제 혜택과 기반시설 비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건설 과정에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완공 후 상시 고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전력망과 정수장·하수처리장, 송전선로 같은 기반시설은 장기간 확보해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 산하 감사기구(JLARC)는 2024년 보고서에서 주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7만40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추산하면서도 그 대부분이 운영이 아닌 건설 단계의 일시적 고용이라고 지적했다. 자동화가 진전된 대형 시설은 100MW당 상근 인력 최대 40명에 그쳤다.
찰스 산티아고 전 말레이시아 국가수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물과 같은 자원은 특정 집단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이라며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멈춤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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