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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울리는 저항의 메아리…부산 비엔날레 개막
2026. 08. 29. 오후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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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사이먼스·아말 칼라프 공동 감독
전 세계 22개국 46명 작가 및 팀
학교·선박·창고 미술관 세 곳 무대 삼아
11월 1일까지 65일간의 항해에 닻 올려
박현성 작가는 문 닫은 학교의 급식실이 멈춰 있는 신체기관같다고 생각해 워터펌프 등을 활용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학교 급식실이 심해 생물에게 공격당했다. 마법사의 주문같은 기호가 운동장을 메우고 진로실 의자엔 뿔이 돋아났다. 학교 곳곳을 뒤바꾼 기이한 풍경은 ‘2026 부산 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부산남고등학교의 모습이다.
29일 ‘2026 부산 비엔날레’가 65일간 이어질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번 비엔날레는 영도와 을숙도의 세 장소를 전시장으로 삼았다. 영도의 스페이스 원지와 옛 부산남고등학교, 사하구의 부산현대미술관이다.
기하학적 요소를 반영해 운동장에 마법 주문을 연상시키는 기호를 펼쳐놓은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설치 작품.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개막 전 행사에서 아말 칼라프와 에블린 사이먼스 공동 전시 감독은 “부산은 단순히 비엔날레의 배경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들과 깊이 호흡하는 도시”라고 전했다. 이들은 “항구 도시 부산은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와 여객선 소리, 도시의 소음, 그리고 강렬한 노동 운동의 역사와 민중가요까지 다양한 메아리로 가득 차 있다”며 “많은 참여 작가가 부산이라는 도시 본연의 역사와 특징을 작품의 주된 원천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세 전시장은 각 공간과 호응하는 작품을 전시한다. 과거 수산물 및 선박용품 보관 창고였던 스페이스 원지에는 바다와 맞닿은 노동자들의 숨결과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업들을 모았다. 규율과 주입식 교육의 기억이 남아있는 학교에서는 교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탐구하는 작업들을 전시했다.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 자리 잡은 부산현대미술관은 지금의 세상과는 다른 대안 세계를 고민한 작가들의 전시로 채웠다.
28일 부산 영도구 옛 부산남고에서 열린 2026 부산비엔날레 프레스 프리뷰에 참석한 (왼쪽부터)이준 부산비엔날레집행위원장, 아말 칼리프, 에블린 사이먼스 전시 공동 감독. /연합뉴스
전시 공간은 저마다 달라도 작품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권력과 억압에 균열을 내는 ‘저항’이다. 아말 칼리프 공동 감독은 “대규모 정리 해고에 맞섰던 부산의 김진숙 활동가의 투쟁부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촛불 시위에 이르기까지 체제에 맞서 목소리를 낸 한국인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이번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바다가 되고 싶은 다양한 사람들의 시와 노래가 19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브라함 탈의 사운드 설치 작품.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선원으로 일했던 기억을 100여 점의 회화로 그림일기처럼 남긴 조아르 송쿠야의 '선원적 프로젝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영국 출신 작가 R.I.P. 제르메인은 뮤직비디오 클립 161개를 모은 신작 ‘죽은 척하기’를 부산 비엔날레에서 최초 공개한다. 공권력과 경찰에 의해 검열되는 영국의 힙합 장르 드릴(Drill) 음악가들의 현실을 담아 낸 작업이다. 인도네시아 미나하사족 작가 나타샤 톤테이는 인도네시아의 군사적 폭력에 희생을 겪은 여성들의 서사를 상상으로 재구성한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김성은 작가는 제주의 지하수를 매개로 화산섬의 생태적 특성과 그 안에 새겨진 저항의 역사에 주목한다.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듀킴의 작업 '신이 떠난 무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번 비엔날레는 다양성에도 귀기울였다. 참여 작가의 수는 지난 비엔날레보다 줄었지만, 작가들의 지역적 다양성은 유지됐다. 한국 작가 12팀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서구권 작가는 물론, 파키스탄, 수단,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 볼리비아 등 아시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 작가들이 고르게 포함돼 있다.
여성과 소수자의 서사를 조명한 작품도 눈에 띈다. 남성 중심의 수단 사회에서 여성의 주체적 시각을 주장해 온 카말라 이브라힘 이스하그 작가의 반세기에 걸친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듀킴 작가는 퀴어 정체성과 샤머니즘적 종교성을 결합한 신작 ‘신이 떠난 무대’를 옛 부산남고등학교와 부산현대미술관 두 공간에 교차 설치해, 관람객이 하나의 여정을 따라 이동하듯 감상하도록 이끈다. 2026 부산 비엔날레는 11월 1일까지.
부산=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전 세계 22개국 46명 작가 및 팀
학교·선박·창고 미술관 세 곳 무대 삼아
11월 1일까지 65일간의 항해에 닻 올려
박현성 작가는 문 닫은 학교의 급식실이 멈춰 있는 신체기관같다고 생각해 워터펌프 등을 활용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학교 급식실이 심해 생물에게 공격당했다. 마법사의 주문같은 기호가 운동장을 메우고 진로실 의자엔 뿔이 돋아났다. 학교 곳곳을 뒤바꾼 기이한 풍경은 ‘2026 부산 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부산남고등학교의 모습이다.
29일 ‘2026 부산 비엔날레’가 65일간 이어질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번 비엔날레는 영도와 을숙도의 세 장소를 전시장으로 삼았다. 영도의 스페이스 원지와 옛 부산남고등학교, 사하구의 부산현대미술관이다.
기하학적 요소를 반영해 운동장에 마법 주문을 연상시키는 기호를 펼쳐놓은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설치 작품.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개막 전 행사에서 아말 칼라프와 에블린 사이먼스 공동 전시 감독은 “부산은 단순히 비엔날레의 배경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들과 깊이 호흡하는 도시”라고 전했다. 이들은 “항구 도시 부산은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와 여객선 소리, 도시의 소음, 그리고 강렬한 노동 운동의 역사와 민중가요까지 다양한 메아리로 가득 차 있다”며 “많은 참여 작가가 부산이라는 도시 본연의 역사와 특징을 작품의 주된 원천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세 전시장은 각 공간과 호응하는 작품을 전시한다. 과거 수산물 및 선박용품 보관 창고였던 스페이스 원지에는 바다와 맞닿은 노동자들의 숨결과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업들을 모았다. 규율과 주입식 교육의 기억이 남아있는 학교에서는 교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탐구하는 작업들을 전시했다.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 자리 잡은 부산현대미술관은 지금의 세상과는 다른 대안 세계를 고민한 작가들의 전시로 채웠다.
28일 부산 영도구 옛 부산남고에서 열린 2026 부산비엔날레 프레스 프리뷰에 참석한 (왼쪽부터)이준 부산비엔날레집행위원장, 아말 칼리프, 에블린 사이먼스 전시 공동 감독. /연합뉴스
전시 공간은 저마다 달라도 작품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권력과 억압에 균열을 내는 ‘저항’이다. 아말 칼리프 공동 감독은 “대규모 정리 해고에 맞섰던 부산의 김진숙 활동가의 투쟁부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촛불 시위에 이르기까지 체제에 맞서 목소리를 낸 한국인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이번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바다가 되고 싶은 다양한 사람들의 시와 노래가 19대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브라함 탈의 사운드 설치 작품.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선원으로 일했던 기억을 100여 점의 회화로 그림일기처럼 남긴 조아르 송쿠야의 '선원적 프로젝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영국 출신 작가 R.I.P. 제르메인은 뮤직비디오 클립 161개를 모은 신작 ‘죽은 척하기’를 부산 비엔날레에서 최초 공개한다. 공권력과 경찰에 의해 검열되는 영국의 힙합 장르 드릴(Drill) 음악가들의 현실을 담아 낸 작업이다. 인도네시아 미나하사족 작가 나타샤 톤테이는 인도네시아의 군사적 폭력에 희생을 겪은 여성들의 서사를 상상으로 재구성한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김성은 작가는 제주의 지하수를 매개로 화산섬의 생태적 특성과 그 안에 새겨진 저항의 역사에 주목한다.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듀킴의 작업 '신이 떠난 무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번 비엔날레는 다양성에도 귀기울였다. 참여 작가의 수는 지난 비엔날레보다 줄었지만, 작가들의 지역적 다양성은 유지됐다. 한국 작가 12팀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서구권 작가는 물론, 파키스탄, 수단,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 볼리비아 등 아시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 작가들이 고르게 포함돼 있다.
여성과 소수자의 서사를 조명한 작품도 눈에 띈다. 남성 중심의 수단 사회에서 여성의 주체적 시각을 주장해 온 카말라 이브라힘 이스하그 작가의 반세기에 걸친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듀킴 작가는 퀴어 정체성과 샤머니즘적 종교성을 결합한 신작 ‘신이 떠난 무대’를 옛 부산남고등학교와 부산현대미술관 두 공간에 교차 설치해, 관람객이 하나의 여정을 따라 이동하듯 감상하도록 이끈다. 2026 부산 비엔날레는 11월 1일까지.
부산=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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