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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한의 푸드 비즈 트렌드] 동네 상가에서 발견한 '계절 브랜드'의 성...

2026. 08. 15.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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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동네에서 가장 긴 줄이 늘어서는 곳은 유명 프랜차이즈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베이커리도 아니다. 왕복 4차선 도로변, 평범한 빵집과 미용실 사이에 자리한 작은 1층 상가다. 이 가게의 풍경은 계절마다 흥미롭게 바뀐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여러 대의 뻥튀기 기계에서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겨울에는 달콤한 수수호떡을 노릇하게 구워낸다. 그리고 7월이 되자마자 찜기에서 연신 김을 내뿜으며 삶은 옥수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장소도 운영하는 젊은 부부도 그대로인데 매장 앞에 걸린 메뉴판만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긴 줄이 신기했다. ‘뻥튀기를 사려고 이렇게까지 기다린다고?’ 호기심에 나도 줄 끝에 섰다. 기다리는 동안 사장님은 여러 종류의 뻥튀기를 맛보라며 아낌없이 건넸다. 덕분에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고 이것저것 맛보다 보니 예정에 없던 제품까지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5,000원을 내고 갓 튀겨진 뻥튀기를 받으니 커다란 봉지가 가득 찼고, 여기에 작은 현미 뻥튀기까지 덤으로 얹어주었다. ‘덤’이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갓 만든 신선함 덕분인지 유독 더 맛있게 느껴졌다.

겨울에 판매했던 수수호떡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 돌아오면 다시 생각나는 맛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연세가 많은 사장님이 아니라 젊은 부부이다. 긴 줄이 이어져도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밝게 맞이했고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도 서두르거나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과감한 ‘멈춤’이 만드는 브랜드의 가치

그런데 이 가게를 계속 관찰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6월 말, 평소처럼 지나가 보니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보름 가까이 문이 닫혀 있었다. ‘혹시 장사를 그만둔 걸까?’ 궁금해서 일부러 그 길을 몇 번이나 다시 지나가 봤다. 셔터에는 짧은 안내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7월 초부터 삶은 옥수수를 판매합니다.’라는 문구가 반가웠다. 나중에 재오픈한 매장에서 쉰 이유를 묻자, 젊은 부부는 예상 밖의 답을 내놓았다. “지난 시즌에 열심히 달렸으니 우리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죠. 그리고 좋은 산지의 옥수수 원물을 미리 확보하고 매장도 정비하려면 이 정도 공백기는 필수적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가게는 더 이상 평범한 뻥튀기집이나 호떡집으로 보이지 않았다. 계절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정교한 시즈널 브랜드처럼 다가왔다.

이번 여름 시즌 메뉴인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세 가지 아이템의 공통점을 분석해 보았다. 뻥튀기, 수수호떡, 삶은 옥수수. 모두 특별한 조리 기술이나 고가의 설비가 필요한 메뉴가 아니다. 좋은 원물만 구하면 누구나 내일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극히 낮은 아이템들이다. 그렇다면 이 가게의 핵심 경쟁력은 메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메뉴보다 운영 방식이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세 번째, 네 번째 방문이 이어지면서 나는 더 이상 뻥튀기나 호떡이라는 음식만을 소비하러 가지 않았다. ‘오늘은 줄이 얼마나 길까?’, ‘이번 시즌은 언제까지 운영할까?’, ‘다음 계절엔 어떤 메뉴를 들고나올까?’라는 기대감이 먼저였다. 음식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설계한 ‘브랜드 경험’을 소비하고 있었다.

세계는 지금 기다리게 만드는 브랜드에 열광한다

행동경제학과 소비자 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 작은 가게에는 네 가지 강력한 흥행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① 희소성 효과 : 당일 준비한 수량만 판매하고 문을 닫는다. 언제든 살 수 있는 흔한 음식보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라는 제약이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② 사회적 증거 : 길게 늘어선 줄은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광고다. 소비자들은 맛을 보기도 전에 ‘저렇게 줄을 서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신뢰를 보낸다.

③ 손실 회피 성향 : 시즌이 끝나면 몇 달간 먹을 수 없다는 심리가 구매를 재촉한다. ‘판매 종료 전에 얼른 가서 사야지’라는 조바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④ 지속적인 기대감 : 현재의 메뉴를 즐기면서도 다음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게 만든다.

높은 임대료 시대, 살아남는 가게의 공통점

이 작은 상가가 비즈니스적으로 더욱 놀라운 이유는 입지에 있다. 매장 뒤편으로는 빌라촌이, 맞은편으로는 서울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비싼 단지가 교차하는 유동인구 많은 대로변 1층이다. 임대료와 고정비가 만만하지 않은 자리다. 그럼에도 어떻게 과감하게 문을 닫아가며 이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들은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린(Lean) 오퍼레이션’을 실천하고 있다. 메뉴를 단일화해 식재료 폐기율을 제로(Zero)에 가깝게 줄이고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한 시즌이 끝나면 과감히 휴식기를 가짐으로써 고정 가스·전기세 및 피로도를 줄이고 다음 시즌을 위한 소싱에 집중한다. 이는 최근 경영 화두인 ESG 관점의 ‘음식물 쓰레기 감소’와도 일맥상통한다. 무엇보다 이 가게는 광고비를 전혀 쓰지 않는다. 줄이 광고가 되고 품절이 뉴스가 되며 재오픈이 콘텐츠가 된다. 운영 방식 자체가 가장 강력한 마케팅 툴로 기능하는 것이다.

미래 외식업 : 무엇(What)보다 어떻게(How)

물론 이번 여름의 옥수수 시즌이 지난번처럼 대성공을 거둘지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이 가게의 진짜 시험대일지도 모른다. 삶은 옥수수는 좋은 원물 확보와 타이밍이 전부인, 진입장벽이 더욱 낮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같은 메뉴를 팔아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이 집 앞의 긴 줄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인근의 대체재로 흩어질 것인가. 이번 여름은 이 작은 매장이 가진 브랜드 파워의 진짜 밑천을 확인하는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자영업 폐업률이 치솟고 외식업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들끓는 시대다. 그렇기에 동네 길목에 위치한 이 작은 상가의 실험은 더욱 값지다. 줄의 길이와 메뉴의 변화, 그리고 젊은 부부의 운영 방식을 계속해서 관찰해보고자 한다. 과연 평범한 메뉴만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줄 세우는 기적은 계속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다가올 다음 계절이 말해줄 것이다.

글 이코노미퀸 한태숙(한마콤 대표, 호텔관광경영학 박사) 사진 _ 픽사베이

슈가한(한태숙)은 한마콤 대표이며 세종대학교에서 호텔관광경영학박사.

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부장,

2019 말레이시아 The Asia HRD에서 “Movers & Shakers” 수상,

아시아 경영대학원에서 MBA,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산업공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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