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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125개국 4,115편 모였다…역대 최다 출품 속 20일 개...

2026. 08. 17.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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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장편 경쟁 ‘발견’ 84개국 462편 출품…신진 여성 감독 발굴 확대

AI·기술 시대 ‘Flicker’ 화두로 흔들림과 실패에서 새로운 가능성 조명

칸 비평가주간 초청작 ‘정거장’ 개막작 선정…26일까지 서울서 개최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올해 영화제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메가박스 신촌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0일 서울에서 개막한다. 올해는 전 세계 125개국에서 4,115편의 작품이 출품되며 국제 여성영화 플랫폼으로서의 외연을 한층 넓혔다.

영화제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메가박스 신촌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올해 슬로건은 지난해에 이어 ‘F를 상상하다(Reimagining F)’로 정했다. 영화(Film)를 통해 연대(Fellowship)를 만들어가는 축제(Festival)라는 의미에서 출발해 올해는 ‘깜박임(Flicker)’으로 주제를 확장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이 빠르게 일상과 창작 환경을 바꾸는 상황에서 완벽함이나 효율성 대신 인간의 흔들림과 불완전성에 시선을 돌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제는 기술 시스템에서 오류로 인식될 수 있는 ‘깜박임’을 살아 있다는 신호로 바라보고, 실패(Failure)할 자유(Freedom)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영화적 언어로 탐색한다.

올해 영화제에 접수된 작품은 경쟁·비경쟁 부문을 합쳐 125개국 4,115편에 달한다. 국제 장편 경쟁 부문인 ‘발견’에는 84개국에서 462편이 출품돼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이 몰렸다. 지난해 394편보다 68편 증가한 규모다.

‘발견’은 국내외 여성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새로운 여성 영화인을 발굴하는 핵심 경쟁 프로그램이다. 올해 본선에는 한국의 홍지연 감독이 연출한 ‘용주골’을 비롯해 ‘링카 링카’, ‘아카시’, ‘두아’, ‘유령 학교’, ‘짧은 여름’, ‘원 우먼 원 브라’, ‘거위 게임’ 등 8편이 이름을 올렸다.

황혜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시아단편’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제 공식 집계 기준 올해 전체 작품 공모에는 125개국 4,115편이 접수됐으며, 아시아단편 본선에는 한국을 비롯해 튀르키예, 몽골, 필리핀,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다양한 지역의 여성 감독 작품들이 선정됐다.

개막작은 예멘계 스코틀랜드 감독 사라 이스하크(Sara Ishaq)의 첫 극영화 장편 ‘정거장(The Station·Al Mahattah)’이다.

작품은 내전이 격화되는 예멘의 한 마을에서 여성 전용 주유소를 운영하는 라얄과 그 공간을 오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여성들을 수동적인 피해자로 한정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그려낸다.

‘정거장’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경쟁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예멘 내전 당시 수도 사나에 등장한 여성 전용 주유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약 10년에 걸친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올해 프로그램은 경쟁 부문뿐 아니라 여성영화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조망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새로운 물결’, ‘지금 여기, 한국영화’, ‘쟁점: 디지털 성정치학, 전환적 사유’, ‘퀴어 레인보우’, ‘미치거나 나쁘거나: 악녀의 사회학’, ‘일본 여성영화, 세대와 시선’ 등 다양한 섹션을 통해 동시대 여성의 삶과 젠더, 기술, 노동, 정체성을 둘러싼 변화를 다룬다.

한국 여성영화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별세한 배우 김지미를 조명하는 ‘김지미, 모순과 혁신의 초상’에서는 ‘불나비’(1965), ‘육체의 약속’(1975), ‘티켓’(1986)이 상영된다.

‘여성영화 콜렉티브: 1980-90년대 노동과 연대의 기록’에서는 1980~1990년대 여성의 노동과 삶을 기록한 작품을 다시 소개한다. 최신 여성영화의 흐름뿐 아니라 한국 여성영화가 축적해 온 역사까지 연결하려는 시도다.

창작자 발굴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올해 17회를 맞은 ‘피치&캐치 프로젝트 피칭’에는 극영화 114편과 다큐멘터리 41편 등 총 155편이 접수됐으며, 심사를 거쳐 극영화 5편과 다큐멘터리 3편 등 8개 프로젝트가 본선에 진출했다. 완성된 영화를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획·개발 단계의 여성 창작자를 발굴하는 산업 플랫폼 역할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1997년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 감독과 창작자를 발굴하고 여성의 삶과 시선을 담은 작품을 소개해왔다. 28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는 여성영화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AI와 디지털 기술, 노동, 퀴어, 세대 등 동시대의 변화를 프로그램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오류를 제거하고 더욱 매끄러운 결과물을 요구하는 시대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 선택한 키워드는 오히려 ‘깜박임’과 ‘실패’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의 흔들림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연대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신촌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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