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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고위직 9명 배출... JPO 인적투자 성과”

2026. 08. 18. 오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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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JPO 포스터 보고 유엔 인연

공여국 韓, 유엔 내 비중 0.6% 불과

IOM, 세계 이주·이민 최전선 활약

강민휘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대표가 18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JPO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IOM

1990년대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홍보 포스터 한 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인 한 청년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청운의 꿈을 안은 유학생은 국제노동기구(IL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 등 굵직한 기관을 거쳐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대표까지 이르게 됐다.

강민휘 IOM 한국대표부 대표는 18일 서울 중구 무교동 IOM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JPO가 아니었으면 유엔 입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JPO는 국제협력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개별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다.

그는 JPO 2기 출신으로 척박한 환경을 개척했다. 당시 한국은 유엔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흥국으로 국제적 입지가 크지 않았다. 그

러나 JPO 제도 도입 30주년인 올해까지 지금껏 총 343명이 선발됐고 이들은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 결과 JPO 출신의 국제기구 고위직에 오른 한국인은 총 9명까지 늘었다. 장기적인 인적 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JPO는 각국이 자국인의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고 국제협력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별로 시행하는 제도다. 최대 3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으며 근무해 국제기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국장급(D급)인 강 대표도 9명의 고위직 중 한 명이다. D급부터는 국제기구 내부에서 정무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강 대표는 “국제기구의 리더십 내에 한국인이 있다면 국제적 논의에서 한국의 경험과 관점이 폭넓게 고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유엔의 제9위 공여국으로 기여도가 높지만, 유엔 전체 직원 12만 176명(지난해 기준) 중 한국 직원은 665명(0.6%)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유엔 무용론’이나 ‘다자주의의 위기’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적인 회원국 구성, 국제적 정당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엔은 대체불가다. 최근 유엔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직원을 감축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JPO 파견을 이어감으로써 현장에서 한국인 인력의 존재감과 기여도를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가 무기...막강한 현장 대응력

IOM은 가자지구 전역에 텐트를 제공해 이재이주민의 안전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IOM

강 대표가 활약하는 IOM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1년 출범, 2016년 유엔에 합류했다.

170개국 이상에서 500곳 넘는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만6000여 명의 직원 중 90% 이상이 현장에 배치돼 있을 만큼 막강한 현장 대응력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전세계의 이주민 문제에서 막중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나 재난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유엔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대응 계획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의 규모와 특성에 대한 데이터, 그리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 수요를 수집·분석해 유엔 기구는 물론 정부기관과 공유함으로써 효과적인 대응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전 세계에서 분쟁·재난·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이주하는 이들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이재이주 추적 매트릭스(DTM)를 보유한 덕이다. 위기가 발발한 지역에 공관이 없는 경우에는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현지 교민의 대피를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재난·분쟁 지역에 찾아가 안전한 대피 지점을 선정하고 이재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쉘터를 설치하는 것도 IOM이다. 유엔 기구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식수·위생, 식량, 보건 등 분야별로 클러스터를 구성해 효율적인 대응 체계를 꾸린다. IOM은 이 중에서 쉘터·토지 클러스터를 주도한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머물 공간을 확보하고, 각종 지원이 실제 현장에서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자원을 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로힝야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현지의 난민들과 얼굴을 맞대는 이들도 IOM 직원들이었다. 이러한 경험과 역량은 IOM이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요원들의 훈련을 맡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급작스런 위기 상황에서 국가적 대응 체계가 가동되기에 앞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지원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끼리만 잘 살아선 충분치 않아”

IOM은 솔로몬제도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 대피 훈련, 기후변화 적응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IOM

외국인 유학생, 근로자들을 포함한 이주민 문제 역시 IOM의 영역이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이주 근로자들을 고용할 때도 IOM의 도움을 받는다. IOM은 이들 기업들의 이주근로자 고용 과정에서 국제적 규범과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국적의 근로자들이 함께 근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근로자와 고용주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 온 만큼 이주민 증가에 대한 반감도 높은 현실이다. 강 대표는 “인구 감소 국면에서 한국인들끼리만 잘 사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앞으로는 사회·경제적으로 외국인들이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질 터이고, 융화돼서 함께 잘 살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인도네시아 간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강 대표는 30여년 가까이 유엔에 몸담으면서 우리나라가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는 “유엔에서 다양한 국가와 기관의 의견을 조율하다보니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하고 느려서 답답할 때도 있다”면서도 “전 세계라는 ‘휴먼 빌리지’가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일해왔다는 점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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