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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종양 안고 125km 찾아온 필리핀 환자…황규석 회장 수술로 새 삶

2026. 08. 19.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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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의료포럼·서울특별시의사회, 8월13~17일 마닐라·실랑시서 의료봉사

근육 사이로 경추까지 이어진 10cm 신경종…2시간30분 수술 성공

황규석 회장 “부위 위험하고 크기 컸지만 환자 간절히 원해 수술 결정”

난퀼 씨 “20년간 두려움 안고 살아, 황규석 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

베르나르도 구스만 난퀼(BERNARDO GUZMAN NANQUIL) 씨

8월16일 오전 8시30분 필리핀 카비테주 실랑시청 1층에 마련된 간이 수술실.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40대 후반의 필리핀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리에 지체장애가 있는 남성이었지만 그가 치료받기를 원한 곳은 다리가 아니었다. 목 뒤에는 20년 넘게 안고 살아온 커다란 혹이 자리하고 있었다.

선한의료포럼(이사장 박한성)과 서울특별시의사회 의료봉사단(단장 장영민)은 8월13일부터 17일까지 일정으로 필리핀 마닐라와 카비테주 실랑시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번 일정에서 외과 수술을 전담했다.

수술실은 정식 의료기관이 아니었다. 실랑시청 1층 구석에 탁자로 만든 수술대와, 황 회장이 직접 한국에서 준비해온 의료장비를 갖춰 임시로 만든 공간이었다. 황규석 회장은 이곳에서 지방종을 비롯해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이날 황규석 회장을 찾아온 환자는 실랑시 주민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베르나르도 구스만 난퀼(BERNARDO GUZMAN NANQUIL). 실랑시에서 약 125km 떨어진 팜팡가주 루바오에 거주하고 있었다.

난퀼 씨는 한국 의료진이 실랑시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외과 수술도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인 15일 집을 나섰다. 다리가 불편한 그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루바오에서 실랑시까지 오는 데는 약 6시간이 걸렸다. 오후 늦게 실랑시에 도착한 난퀼 씨는 숙소를 잡아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간이 수술실을 찾았다.

“한국에서 의사가 온다는 말을 듣고 어제 루바오에서 실랑까지 6시간을 걸려 왔습니다. 오후 실랑시에 도착해 숙소를 잡았습니다.”

“한국에서 5년 간 노동자로 일했어요. 그때 한국말을 조금 배웠어요.”

그가 먼 길을 나선 이유는 목 뒤에 자리한 종양 때문이었다. 종양이 생긴 지는 이미 20년이 넘었다. 몇 차례 치료를 생각했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진료비 부담으로 결정을 미뤘다는 것.

“목에 혹이 생긴 지 2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치료하고 싶었지만 무서웠고 진료비가 비싸 수술을 못했어요. 한국 의사가 수술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황규석 회장은 난퀼 씨의 목 뒤에 자리한 종양의 크기와 상태를 먼저 살폈다. 외관과 촉진 결과만으로는 피하에 지방조직이 뭉쳐 생기는 지방종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종양은 일반적인 지방종보다 조직이 단단하고 치밀했다.

황규석 회장은 지방종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료봉사단 영상의학과에 초음파 검사를 의뢰했다.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신경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종양은 목 뒤에 자리하고 있었고 겉으로 확인되는 크기도 작지 않았다. 수술이 진행될 곳도 병원의 정식 수술실이 아닌 실랑시청 안에 마련된 간이 수술실이었다. 실랑시청 관계자도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의료봉사 현장에서 간단한 외과 처치를 넘어 규모가 큰 수술을 시행하는 데 부담을 나타낸 것이다.

황규석 회장 역시 수술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20년 넘게 종양을 안고 살아온 난퀼 씨는 수술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황규석 회장은 환자의 상태와 초음파 검사 결과, 수술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종양 제거를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부위가 목이고 종양의 크기도 커 위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굉장히 힘들어했고 수술을 간절하게 원했습니다. 환자를 위해 수술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수술은 예상보다 깊게 들어갔다. 피부 아래 한곳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종양은 근육 사이를 지나 경추 부위까지 이어져 있었다. 황규석 회장의 메스는 종양의 경계를 확인하며 주변 조직과 빠르고 정확한 분리를 시작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제기됐던 신경종 가능성은 수술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황규석 회장은 종양이 경추 부위에서 시작해 근육 사이를 뚫고 바깥쪽으로 자란 것으로 판단했다. 종양이 자리한 깊이가 예상보다 깊어 제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수술을 시작하고 보니 종양이 근육 사이를 뚫고 경추 부위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경추에서 시작된 신경종으로 보였고 깊이가 깊어 수술할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수술은 약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황규석 회장에 따르면 제거한 종양은 길이 약 10cm, 폭 약 4cm, 직경 약 4~5cm였다. 목 뒤에서 경추 부위까지 이어진 종양이어서 간이 수술실에서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수술이었다.

황규석 회장은 종양과 주변 조직을 분리한 뒤 제거를 마쳤다. 수술 과정에서 큰 출혈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수술 직후 별다른 이상도 확인되지 않았다.

황규석 회장은 “수술에 약 2시간30분이 걸렸지만 큰 출혈이나 다른 부작용 없이 제거돼 다행”이라며 “두려움이 컸을 환자가 수술 과정을 견뎌줘서 고맙다”며 환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수술 부위에 봉합을 마친 뒤 황규석 회장은 난퀼 씨에게 수술 부위에 대한 관리와 경과 관찰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난퀼 씨의 상황을 고려해 수술 이후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거듭 설명했다.

난퀼 씨도 황규석 회장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말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20년 넘은 혹을 없애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로 태어난 기분입니다. 황규석 의사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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